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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임료 3배 차이 전관예우, 사법 정의에 반한다

수임료 3배 차이 전관예우, 사법 정의에 반한다

Posted December. 03, 2019 07:30   

Updated December. 03, 20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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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의 수임료를 비교해 전관(前官)예우를 실증적으로 밝힌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변호사와 의뢰인 1200명을 대상으로 법조비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퇴임 1년 이내의 법원장과 검사장, 부장판·검사 출신의 이른바 전관 변호사의 수임료가 일반 변호사보다 3배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장과 검사장 출신 수임료는 건당 1564만 원인 반면,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의 수임료는 건당 525만 원이었다.

 전관예우를 경험했다는 비율도 상당했다. 변호사(500명) 중 22%는 ‘10년 이내 전관예우를 경험 또는 목격했다’고 답했고, 전관 변호사를 선임한 경험이 있는 의뢰인(351명) 중 46.4%가 ‘전관예우 혜택을 봤다’고 답했다. 이들은 재판 절차상 크고 작은 편의 뿐 아니라 주요 결정사항까지 전관예우에 의해 좌우됐다고 봤다.

 2011년 퇴직 전 1년간 근무했던 기관의 사건을 퇴직한 날로부터 1년간 맡지 못하도록 한 전관예우방지법을 시작으로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 6차례 변호사법이 개정됐음에도 전관의 수임 독점은 심화돼왔다. 전관예우는 단지 법률시장의 불공정경쟁이 아니라 공정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반칙이다. 전관 변호사를 선임할 경제력에 따라 재판의 승패가 갈린다면 그 빈부의 차이가 형사사건에서는 신체의 구속, 민사소송에서는 재산상 피해와도 직결될 것이다. 법 앞에서 공평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해 사법정의를 훼손한다.

 전관예우 자체가 사법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법조인들의 자성이 선행돼야 한다. 사법이 공정하다는 신뢰가 두텁다면 현직 판·검사와 친분이 있는 전관 변호사들이 수임건수가 많고, 수임료가 높을 이유가 없다. 전관 변호사의 수임료는 퇴임 후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는 높은 수임료가 변호사의 실력이 아닌 현직 판·검사와의 연줄에 대한 기대비용이라는 뜻이다. 전·현직 판·검사가 은밀한 담합을 통해 사법 기득권을 유지하는 전관예우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사법 개혁은 여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