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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깨지말라” 美 릴레이 압박

Posted November. 04, 2019 07:27   

Updated November. 04, 2019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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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효력 종료(23일 0시)가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일제히 지소미아 종료 철회를 압박하고 나서면서 막판 개입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3일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태국을 방문하는 등 잇따라 열릴 한미일 3국 간 연쇄 회동이 마지막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을 방문 중인 마크 내퍼 미국 국무부 한국일본담당 부차관보는 2일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소미아 문제를 포함해 한일 간 대립 장기화가 한미일 연대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베이징, 모스크바, 평양이 기뻐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프 영 주일 미국 임시 대리대사도 같은 날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 종료가 미국의 국익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명확히 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당국자들이 지소미아 종료가 중국과 러시아, 북한만 이롭게 할 뿐이라고 릴레이 압박에 나선 것이다.

 지소미아를 둘러싼 한미 간 온도 차는 2일(현지 시간) 태국에서 열린 외교 차관보 협의에서도 드러났다. 미 국무부는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 간 협의 결과에 대해 “한미일 3각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외교부는 “윤 차관보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과정에서 미국이 가능한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한미, 한일 간에는 이번 주부터 지소미아와 한일 갈등 해결을 위한 막판 협의에 나선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3일부터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 함께 참석해 만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스틸웰 차관보는 5일 방한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동할 예정이다.

 지소미아 사태 해결을 위한 방법론을 놓고서는 한미일 3국 간 간극이 여전히 큰 교착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지소미아 종료 직전까지 공전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는 일본이 한일 갈등 해결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수출 규제 해결 없는 지소미아 연장에 대한 ‘절대 불가’ 방침을 못 박고 있다. 하지만 23일 지소미아 종료가 현실화되면 미국 내에서 ‘한국이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을 훼손했다’는 책임론이 불거지고, 내년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추가 증액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그 후폭풍은 고스란히 한국이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지소미아가 최종 파기될 경우 미국은 그동안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그나마 가졌던 한국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지우고 본격적으로 증액을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기재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