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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회장도 北에 일침... “역사적 경기 무관중에 실망”

FIFA 회장도 北에 일침... “역사적 경기 무관중에 실망”

Posted October. 17, 2019 07:26   

Updated October. 17, 2019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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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적인 경기에 관중이 한 명도 없었다. 실망스럽다.”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한국과 북한의 경기를 지켜본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북한의 행태에 문제를 제기했다. FIFA가 경기 후 홈페이지에 공개한 인판티노 회장 인터뷰에는 TV 생중계도 없고 무관중으로 경기한 것에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인판티노 회장은 “생중계 무산 과정과 외국 기자들의 접근 통제 등에 대한 이슈를 전해 듣고 놀랐다”며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가장 명백하고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축구가 북한과 세계 여러 나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FIFA는 인판티노 회장이 남북 축구 관계자들과 2023년 여자월드컵의 남북 공동 개최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내외 스포츠 관계자들은 “스포츠의 국제 룰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움직이는 북한과 공동 개최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이처럼 외신 및 관중까지 통제한 이유에 대해 북한이 이번 축구를 대내외 체제선전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잇따른 국제대회 유치로 ‘정상 국가’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스포츠 경기 승리를 통해 체제 홍보를 하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최근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 계속해서 ‘강한 국가’ 이미지를 강조해 왔다”며 “스포츠 경기에서도 이기는 모습만을 대내외에 공개하고 질 가능성이 높은 경기는 끝까지 감추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20일 평양에서 열리는 아시아주니어역도선수권대회에는 남한 기자를 초청했다. 북한은 역도 종목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한편 요아킴 베리스트룀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가 트위터에 공개한 한국과 북한의 충돌 장면 동영상이 경기가 아주 거칠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동영상은 북한 벤치 앞쪽에 선수들이 모여들어 “야! 야!”라는 고성을 주고받으며 대치한 장면이다. 북한 박광룡이 한국 김문환(부산)을 손으로 밀어내는 모습 등도 담겼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북한 벤치 멤버들이 몸싸움에 합류할 것을 우려해 심판이 자제시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주장 손흥민(토트넘)은 북한 선수단 한가운데로 들어가 싸움을 말렸다.

 경기 후 양 팀 선수들 간의 유니폼 교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우리가 사용하는 미국 브랜드 나이키의 유니폼과 물품을 북한에 남겨둘 경우 대북제재 위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유니폼 교환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 · 이원주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