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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굴기’ 중국의 극약처방

Posted August. 09, 2019 07:41   

Updated August. 09, 2019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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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축구가 모처럼 들떠 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2차 지역예선을 한 달가량 앞두고 귀화 선수들의 활약이 예상되면서다. 중국 언론은 슈퍼리그(중국 프로축구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인 브라질 출신 이우케종의 대표팀 합류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과 일본도 벌벌 떨 것”이라고 전했다. 이우케종은 2013년부터 슈퍼리그에서 뛰며 130여 골을 기록하고 있다.

 앞서 니컬러스 예나리스 등 혼혈 2세 선수 영입에 공을 들였던 중국은 이제 순수 외국인 선수 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우케종에 이어 히카르두 굴라르(브라질 출신) 등 슈퍼리그의 다른 특급 외인 선수들도 귀화 이후 대표팀에 합류한다. 거액의 투자로 중국 대표팀이 확 바뀐다.

 귀화정책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중국 축구는 시진핑 주석이 ‘축구 굴기’를 외친 만큼 성과를 보여야 하는 상황이다. 시 주석은 2011년 “중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 월드컵 개최, 월드컵 우승이 나의 3가지 꿈”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본선에 딱 한 번 진출한 이후 월드컵과 인연이 없다. 축구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 있지만, 앞으로 한발 내딛기가 쉽지 않다.

 중국 대표팀 감독을 사임했다 돌아온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그래서 내건 복귀 조건이 귀화였다. 현 시점에서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서는 귀화 이외에 답이 없다고 본 것이다. 카타르의 성공 사례도 중국의 귀화 정책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올 초 열린 아시안컵에서 카타르가 우리나라와 일본을 꺾고 사상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2022년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 대표팀에는 귀화 선수가 6명이나 됐다. 아시안컵 득점왕과 MVP를 거머쥔 알모에즈 알리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중국 축구계의 확신 속에 불안감이 스며들고 있다. K리그에서 중국 슈퍼리그로 이적한 김신욱의 기세가 하나의 이유다. 김신욱은 전북에서 상하이로 이적한 뒤 5경기에서 8골을 몰아쳤다. 우리나라 대표팀의 핵심 선수가 아닌 김신욱이 이우케종 등 중국의 특급 귀화 자원 못지않은 활약을 보이자, 중국이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을 냉정하게 보기 시작한 것이다.

 말컹의 부진 역시 중국 축구로서는 곤혹스러운 부분이다. 말컹은 지난해 K리그 경남 소속으로 리그 득점왕에 오른 뒤 이번 시즌 중국 슈퍼리그 허베이로 이적했다. 대단한 활약이 기대됐지만, 20경기에서 6골에 그치고 있다. 허베이에는 말컹 말고도 다른 두 명의 특급 외국인 선수가 있다. 하지만 팀은 하위권에 처져 있다. 말컹은 자신과 팀의 부진에 대해 “외국인 선수들과 중국 선수들의 수준 차이가 크다”고 밝혔다. 중국 선수들이 자신들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국 대표팀에서도 같은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귀화 선수와 국내 선수 간 화학적 결합도 미지수다. 사실 아시안컵 우승팀 카타르의 성공 사례도 시행착오의 결과였다. 카타르는 전력 급상승을 위해 한때 귀화 선수의 비중을 60%까지 늘렸다. 하지만 국가(國歌)도 못 부르는 귀화 선수들에게 국가에 대한 희생을 요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귀화 선수의 비중을 줄이고, 국내외 유망주 육성에 더 무게를 뒀다. 중국 정부가 올 초 ‘귀화한 축구 선수는 중국 국가를 부를 수 있어야 한다’는 등의 새 규정을 발표한 이유일 것이다.

 중국 내에서도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라는 여론이 많지만, 중국 축구계는 결국 귀화라는 극약 처방을 선택했다. 성공한다면 반전의 계기가 되겠지만, 실패한다면 그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든 걸 원점에서 구상해야 할지도 모른다. 중국 제조업의 압축적인 성장 모델과 닮은 축구 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까. 월드컵 예선은 다음 달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tou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