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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몽골행 좌석 더 달라”에 LCC 응원 이유는...

대한항공 “몽골행 좌석 더 달라”에 LCC 응원 이유는...

Posted February. 21, 2019 07:47   

Updated February. 21, 2019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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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한항공은 안 해도 되는 운수권 신청을 굳이 했다.

 2. 국토교통부에 조원태 사장 명의로 입장문을 보냈다.

 3. 그동안 ‘공공의 적’ 취급을 받던 대한항공을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갑자기 응원하기 시작했다.

 대표적 ‘알짜 노선’인 인천∼몽골(울란바토르) 노선의 운수권 결정을 약 1주일 앞두고 항공업계에 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성수기에 탑승률이 90%를 넘고 다른 노선보다 수익성이 좋아 ‘뜨기만 하면 돈이 되는 노선’으로 불리는 몽골 노선은 30년간 대한항공이 독점해 왔다. 1주일 뒤에는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등 다른 항공사에 추가 노선을 배분하게 되는데 이례적인 일이 3가지나 생긴 것이다. 항공업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 17일 한-몽골 항공회담을 통해 기존 주 6회(1656석)였던 몽골 노선에 대해 3회 운항을 추가해 ‘주 9회 2500석’을 확보했다. 26일을 전후해 대한항공 이외에 다른 항공사에 주 3회, 총 844석의 운수권을 배분하는 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자 대한항공은 최근 국토부에 몽골 노선 운수권 배분을 신청하면서 조원태 사장 명의로 ‘운수권 배분 관련 입장’을 보냈다. “기종과 좌석 수에 상관없이 몽골 노선을 운항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늘어난 좌석 중 일부를 자신들에게 달라고 요구한 셈이다.

 통상 항공업계에서는 노선이 확대되더라도 기존 노선을 갖고 있는 항공사는 운수권 배분을 따로 신청하지 않고, 과거에 배정된 좌석 수 정도만 승계해왔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이 운수권 배분을 신청했고, 거기다 좌석을 더 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 업계는 ‘이례적’이라고 본다.

 더 이례적인 일은 “대한항공 요구가 틀리지 않다”며 거들고 나선 LCC 업계 분위기다. 자신들의 몫이 줄어들 판인데 대한항공이 맞다고 한 속내는 뭘까.

 만일 대한항공이 추가로 좌석을 가져가지 않으면 추가 노선을 배정받을 가능성이 아시아나항공이 높아지고 LCC들은 낮아진다는 셈법 때문이다. 현재 LCC들이 보유한 기종은 한 번 운항에 확보할 수 있는 최대 좌석 수가 189석이다. 3회를 운항해도 567석이 최대라 국토부가 새로 배분하려는 844석을 모두 채울 수 없게 된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대형기가 있어 신규 좌석을 다 채울 수 있다.

 이 때문에 LCC들은 “현재 구도대로라면 운수권 배분이 아시아나항공에 유리한 것 아니냐”라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LCC가 취항하면 할당된 운수권 중 277석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만일 대한항공이 추가로 좌석을 가져가면 LCC에도 기회가 생긴다.

 대한항공의 주장이 이례적이지만 무리한 주장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2003년 한-몽골 항공 협정으로 대한항공이 ‘주 6회 운항’을 시작할 때 횟수 제한만 있었을 뿐 좌석 수 제한이 없었다. 대한항공이 지금껏 중형기인 A330(276석)만 운항한 건 몽골 공항의 활주로가 좁아 대형기를 못 띄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7∼12월)에 몽골은 대형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신공항을 개항한다. 대한항공은 이에 맞춰 지난해 8월 국토부로부터 대형기인 B777-300 운항을 위한 안전운항체계 변경 승인까지 받았다. 대형 항공기를 운항하면 횟수를 늘리지 않더라도 좌석 수를 최대 2028석까지 372석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지난달 항공협정에서 국토부는 대한항공의 좌석 수를 ‘1656석’이라고 못 박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기존 운항 횟수와 좌석 수를 유지하는 걸로 생각했다”고 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몽골 노선은 앞으로도 수요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소비자 편익을 고려해 협상 범위 내에서 최대한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변종국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