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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의리’ 지키러 새벽에 날아온 박항서

‘16년 의리’ 지키러 새벽에 날아온 박항서

Posted December. 24, 2018 07:59   

Updated December. 24, 2018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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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파 리더십’으로 ‘박항서 매직’을 일으키고 있는 박항서 베트남축구대표팀 감독(59)이 이번엔 ‘의리맨’으로 변신했다.

 22일 서울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홍명보 자선축구대회 ‘Share The Dream Football Match 2018’. 박 감독의 모습이 보이자 팬들은 열광했다. 16일 베트남에 10년 만에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컵을 안긴 박 감독은 20일부터 2019 아시안컵 대비 훈련에 돌입했고 25일에는 북한과의 평가전도 앞두고 있다. 해야 할 일이 많지만 베트남축구협회에 양해를 구하고 이날 새벽 입국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함께한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49)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다. 2002년 박 감독은 수석코치로, 홍 전무는 주장으로 ‘4강 신화’를 합작했다. 둘은 이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박 감독은 자선경기에서 사령탑도 자주 맡았다. 홍 전무는 올해 베트남대표팀이 스즈키컵을 앞두고 한국 전지훈련을 할 때 경기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하도록 돕기도 했다. 3월 양국 축구협회는 교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홍 전무는 “박 선생님과 나는 스승과 제자이기도 하지만 편한 선후배 관계이기도 하다. 전화로 마지막을 함께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흔쾌히 응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홍 전무는 본인이 전면에 나서기보단 뒤에서 후배들을 응원하겠다며 2003년부터 이어온 이 대회를 올해 16회를 끝으로 마무리했다. 박 감독은 “(홍명보 자선축구대회는) 축구인들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장이었는데 이렇게 끝나게 돼 아쉽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용수 FC 서울 감독, 김병지 해설위원 등 2002년 월드컵 멤버들이 대거 출동했다. 파울루 벤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도 참석했다. 박 감독은 “2002년 월드컵 때 함께했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면 그저 웃음이 나고 즐겁다”면서도 “멤버들 중 일자리가 없는 친구들이 많아 안타깝다. 빨리 좋은 자리를 찾았으면 싶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박 감독은 홍 전무 등과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23일 베트남으로 떠났다.

 박 감독은 21일 베트남 총리로부터 우정훈장을 받았다. 이미 3급 노동훈장을 받은 가운데 ‘한국과 베트남의 우호 관계 향상에 도움을 줬다는 의미’의 훈장을 받은 것이다. 박 감독은 “2018년은 정말 기적 같은 승리의 행운을 준 해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정상에 있을 때 떠나야 하지 않냐’는 말도 하지만 계약 기간이 1년 넘게 남아 있다. 더 큰 행운이 올 수도 있고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지만 피해 갈 생각이 없다”며 각오를 다졌다.


강홍구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