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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가슴곰의 험난한 이주

Posted May. 14, 2018 07:32   

Updated May. 14, 2018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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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6월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90km 떨어진 경북 김천 수도산으로 탈출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2015년 지리산에 방사했던 반달곰이었다. 공단은 주민 안전을 고려해 그대로 붙잡아 지리산으로 데려왔다. 그랬더니 한 달 뒤 또 수도산으로 탈출하는 게 아닌가. 다시 붙잡혀온 곰의 이름은 KM-53. 1982년 멸종 이후 2004년 시작된 반달가슴곰 종(種)복원 프로젝트에 따라 한국(Korea)에서 태어난 수컷(Male) 중 53번째 지리산 곰이란 의미다.

 ▷KM-53은 5일 새벽 또다시 지리산을 탈출하다 이번엔 대전∼통영 고속도로 함양분기점에서 관광버스에 치었다. 11일 함양 태봉산에서 붙잡고 보니 왼쪽 앞발이 부러진 상태였고 지금은 지리산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는 중이다. 이번에도 반달곰의 목적지는 김천 수도산이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KM-53이 수도산을 새로운 터전으로 삼으려 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현재 지리산에 살고 있는 반달곰은 56마리이고 지리산에서 수용 가능한 수는 최대 78마리라고 한다. 2027년엔 100마리를 넘어설 전망이다. KM-53처럼 성격이 끈질기고 모험심이 많다면 다른 곳을 찾아 떠나는 반달곰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반달곰 이동을 위한 생태통로가 더욱 중요해졌다. 이번 사고 구간은 환경단체들이 KM-53의 이동경로 중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했던 곳이다.

 ▷고라니 너구리 멧돼지 오소리 멧토끼 등 야생동물 2500여 마리가 매년 고속도로에서 로드 킬을 당한다. 봄이 되면 연못에서 자란 새끼 두꺼비들이 줄지어 도로를 건너다 차량에 깔려 죽기도 한다. 생태통로는 야생동물의 생존수단이지만 현실을 보면 생태는 없고 통로만 있는 형국이다. 쓰레기로 가득 찬 터널형 통로, 바닥을 시멘트 벽돌로 깔아놓은 육교형 통로, 절벽에 가까운 절토면에 막혀 있는 육교형 통로…. 네 살짜리 반달가슴곰 KM-53이 생태통로를 제대로 찾아다니도록 꿀이라도 발라두어야 할 것 같다.


이광표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