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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 ‘디지털稅’

Posted March. 24, 2018 08:17   

Updated March. 24, 2018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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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연합(EU)이 거대 인터넷 공룡들을 겨냥해 ‘디지털세(稅)’를 신설한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매출이 연간 7억5000만 유로(약 9900억원)를 넘고 유럽에서 5000만 유로 이상을 벌어들이는 1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유럽에서 올린 매출의 3%를 세금으로 회수할 방침이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가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이어서 트럼프발(發) ‘글로벌 무역전쟁’에 대한 EU의 대항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터넷에는 국경이 없다. 어디서든, 누구를 상대로든 사업을 할 수 있다. 개별 국가의 규제가 힘을 발휘하기도 힘들다. 인터넷 공룡들은 이를 잘 파고들었다. 유럽 내에서도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나 룩셈부르크 등에 본부를 두고 실제 돈을 벌어들인 나라에선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았다. 이번에 EU는 이런 ‘꼼수 영업’을 저격했다. 기존 법인세 관련 규정에는 이런 인터넷 기업의 속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으므로 새 세금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일리가 없지 않다. 

 ▷디지털세 논란은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구글이 지난해 한국에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판매를 통해 벌어간 돈은 1조4600억 원 정도다. 하지만 구글코리아는 실적은 물론 정확한 직원 수를 공개한 적도 없다. 구글이 한국 매출의 상당수를 아시아본부가 있는 싱가포르로 돌려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죽하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국민 세금으로 네트워크를 깔았는데 (글로벌 인터넷 기업이) 아무런 비용도 지급하지 않고 데이터를 싹쓸이하고 있다”고 말했을까.

 ▷글로벌 시장 지형에는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10년 전 시가총액 기준 전 세계 상위 20위에 드는 기업 가운데 인터넷 기업은 1개에 불과했다. 이제는 9개로 늘었다. EU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이들에 대한 고강도 과세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앞서 글로벌 인터넷 공룡들은 왜 전 세계에서 ‘동네북’이 됐는지 돌아봐야 한다. 덩치가 커진 만큼 그에 걸맞은 기업의 경제·사회적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


홍수영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