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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재갈 물린 ‘시(習) 황제’

Posted March. 02, 2018 08:28   

Updated March. 02, 201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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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 미국에서 가짜 트위터 계정 350만 개를 만들어 팔아넘긴 ‘데부미(Devumi)’ 라는 기업에 대한 수사가 이뤄졌다. 주로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이 팔로워 수를 늘리기 위해 가짜 계정을 구입했는데,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데부미의 ‘고객’인 것으로 드러나 망신을 당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조작도 서슴지 않던 신화통신이 최근 ‘사실’을 보도해 수난을 당한 것은 역설적이다. 홍콩 언론들은 신화통신 사장은 조사를 받고 기사를 쓴 기자는 해고됐다고 보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석 임기제한을 없애는 개헌을 추진한다는 기사를 부각해 내보냈다는 이유다. 중국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 당국이 보도통제에 나서면서 최초 보도자를 문책한 것이다. 공산당 사정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언론사 감찰에 들어가면서 중국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와 관영 중국중앙(CC) TV에서는 국가주석 임기제한 폐지는 물론 개헌이라는 단어 자체가 빠졌다.

 ▷중국의 언론 통제는 주류 언론에만 해당된 것은 아니다. 웨이보, 위챗, 바이두같은 SNS나 포털사이트에서는 ‘국가주석 임기’ ‘황제몽’ 등 시 주석의 장기집권과 관련된 키워드 검색이 금지됐다. 심지어 ‘만세(萬歲)’라는 단어도 검색 금지어다. 황제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만세 만세 만만세’가 시주석의 야망을 비꼬는데 쓰인다는 것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지난해 발표한 언론자유지수에서 중국은 조사대상 180개 국 가운데 176위다. 대국답지 않은 성적표다. 중국 아래로는 시리아, 투르크메니스탄, 에리트리아, 북한만 있을 뿐이다. 중국 치세(治世)의 고전 ‘정관정요(貞觀政要)’에는 당(唐) 태종이 신하들에게 “역린(逆鱗)을 건드리는 것을 피하지 말고 간언해 달라”고 당부하는 대목이 나온다. 예나 지금이나 위정자에게 향하는 비판은 발전의 토대다. 쓴 소리를 받아들이기는커녕 온갖 수단을 동원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것을 보면 ‘시(習) 황제’가 등극하더라도 명군(名君) 소리는 듣기 어려울 것 같다.


주성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