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넘사벽’ 넘은 첫 메달들

Posted February. 26, 2018 07:59   

Updated February. 26, 2018 07:59

中文

 강원 정선의 고랭지 배추밭에서 스노보드와 처음 만난 ‘배추보이’ 이상호 선수. 24일 평창 겨울올림픽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그가 따낸 은메달은 의미가 깊다. 한국 스키가 1960년 스쿼밸리 대회에서 올림픽 도전을 시작한 이래 58년 만에 거머쥔 사상 첫 메달이기 때문이다.

 ▷봅슬레이 4인승 대표팀도 어제 기적의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새 이정표를 세웠다. 세계랭킹 50위,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4인승 팀의 대반전이다. 원윤종 선수가 경기 직후 남긴 말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정말 18년 동안 힘든 일이 많았다. 그 일들을 극복해서 여기까지 달려왔다. 우리는 누구보다 메달을 딸 자격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깜짝 메달’은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국가에서 처음 획득한 것이다.

 ▷나라 안팎에 ‘갈릭 걸스’ 열풍을 일으킨 여자 컬링 대표팀도 역사에 남을 한 페이지를 썼다. ‘영미야∼’ 등 유행어를 남긴 컬링팀의 선전에 국민은 열광했다. 예선 1위로 첫 4강 진출에 성공한 이들은 준결승에서 숙적 일본을 꺾은 뒤 은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컬링 사상 첫 메달, 아시아 국가로서 최초의 올림픽 은메달이다. 앞서 스켈레톤 윤성빈의 금메달,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김민석의 은메달도 아시아 선수로는 사상 최초다.

 ▷어제 폐막한 평창 올림픽에서 한국은 스피드스케이팅이 금 1개, 은 4개, 동 2개로 가장 많은 메달을 따낸 것을 비롯해 6개 종목에서 역대 최다 17개의 메달을 거머쥐었다. 불모지 종목에서 도전해 따낸 첫 메달들은 더 반갑다. 겨울올림픽 변방, 아시아의 설움을 우리 선수들이 날려버렸다. 여자 컬링 김은정 선수는 회상한다. “톱클래스로 올라가고 싶었는데 자꾸 떨어지곤 했을 때… 우리는 꽃을 피우기 위해 이렇게 흔들리는 거다 얘기했다.” ‘넘을 수 없는 벽’(넘사벽)을 넘어선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그들의 패기 넘치는 도전과 동료를 위한 희생정신이 또래 세대에게 희망과 용기, 단합의 메시지를 전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대한민국 팀, 그들 덕분에 온 국민이 참 행복했다.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