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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 준수가 가른 제주공항 불통사태와 분당상가화재

매뉴얼 준수가 가른 제주공항 불통사태와 분당상가화재

Posted December. 15, 2015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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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발생한 제주공항 관제시설의 통신 마비와 관련해 정부가 원인 규명을 위해 이스라엘 통신장비 제조업체와 이를 수입한 업체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당시 공항의 통신 시스템 주장비와 예비장비가 오후 6시50분부터 7시40분까지 76분간 모두 먹통이 돼 항공기 20여대가 관제탑 도움 없이 공항 안내등 불빛과 무전기 형태의 비상송수신기 유도를 받아 착륙하고 모두 77편이 지연 운항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내국인과 중국인관광객 등 연간 2500만 명이 이용하는 공항에서 자칫 대형 안전사고가 날 뻔 했다.

공항에 접근한 항공기와 교신하는 관제탑의 통신 시스템은 주장비가 고장 날 경우 예비 장비로 전환해야 하지만 자동전환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고 근무자들은 수동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모두 같은 주파수를 쓰기 때문에 주장비의 전원을 꺼야 전파 간섭 없이 예비장비를 운용할 수 있는데도 근무자들이 이를 몰랐다는 것이다. 매뉴얼에 이런 내용이 있는 데도 근무자들이 숙지하지 못했다니 더욱 어처구니없다. 이런 관제탑을 믿고 비행기가 뜨고 내렸으니 그간 큰 사고가 없었던 것이 천만다행이다.

제주공항은 저가항공사 취항 등 이용객 급증으로 2018년에는 완전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가 제주신공항 건설 계획을 밝혔지만 2024년 완공될 때까지는 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국토부가 345억 원을 투입해 지난해 국내기술로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힌 항공관제시스템은 감사원 감사에서 상용화가 불가능한 깡통 시스템으로 드러났다. 국내공항에 이 시스템을 사용하는 곳은 없다지만 차제에 현재의 관제시스템과 공항요원들의 근무 태세에 문제가 없는 지 면밀히 살펴 보완할 필요가 있다.

11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학원 입주 상가에서 발생한 오피스텔 화재는 비상계단에 설치된 이중 방화문이 제 기능을 했고 학원강사들이 250 여 명의 학생들을 화제대피 매뉴얼에 따라 침착하게 대피시켜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나지 않았다. 올해 초 화재로 5명이 숨진 의정부 아파트 구조와 비슷했는데도 비상시 매뉴얼을 지켜 참사를 막았다. 매뉴얼 준수가 가른 제주와 분당의 차이를 우리사회가 깊이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