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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소액주주 '개미'들이 '독수리' 막았다

삼성 소액주주 '개미'들이 '독수리' 막았다

Posted July. 18, 2015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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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한 승리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만약 소액주주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삼성물산은 질 가능성이 높았다. 결과적으로 전국의 소액주주들을 찾아다니며 위임장 확보에 나섰던 전략이 통한 셈이다.

승패 가른 2.86%포인트 표심

1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계약서 승인 건에 던져진 찬성표는 69.53%. 1억3235만5800주가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9202만3660주가 찬성했다. 이날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식의 참석률은 84.73%였다. 합병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참석 주주의 3분의 2(66.67%)로부터 찬성표를 받아야 했다. 결국 2.86%포인트의 아슬아슬한 차로 합병에 성공한 셈이다. 주식 수로는 378만 주 차다.

삼성 관계자는 사실상 378만 주를 갖고 계신 소액주주 1만 명이 지지해 주셔서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소액주주들의 힘이 컸다는 의미다. 삼성물산은 엘리엇과의 표 대결이 본격화된 지난달 이후 전 직원이 나서 전국 소액주주들을 찾아다니며 위임장 확보에 공을 들여 왔다.

삼성물산 고위 관계자는 매일 약 11.5%, 200만 주씩이 모였다고 보면 된다. 소액주주 위임장 확보를 이틀만 덜 했어도 졌다고 설명했다. 378만 주 차 승리가 얼마나 아슬아슬한 것이었는지 예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수면으로 올라온 16.87%

이번 합병 결과를 지켜본 삼성그룹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다. 당초 삼성은 외국인 지분 대부분이 엘리엇으로 집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 때문에 소액주주 지분을 최소 15% 이상 더 확보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이제까지 삼성그룹 우호지분으로 공개된 지분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개인 지분 1.41%를 포함해 그룹 특수관계인 지분 13.82%와 KCC로 넘긴 자사주 5.96%를 비롯해 국민연금(11.21%)과 그 외 국내 기관투자가 지분 11.05%를 합쳐 약 42.04%다.

이날의 찬성률 69.53%는 전체 주식 수로 환산하면 58.91%다. 따라서 기존 부동층(소액주주 등) 가운데 이번 투표에서 드러난 찬성표는 16.87%로 삼성이 당초 목표로 했던 15% 추가 확보 지분보다 약간 더 늘어난 것이다.

이날 현장에서는 엘리엇 측 변호인이 이 회장의 의결권 위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건강상의 문제로 주총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위임장을 냈다면 위임장의 제출 여부와 시기에 대해 밝혀주시길 바란다는 엘리엇 측의 질의에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는 이 회장은 과거부터 의결권 행사를 포괄적으로 위임해줬다며 올해 정기 주총은 물론이고 이전 주총에서도 의결권이 기존 포괄위임에 의해 대리 행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상 뛰어넘은 주총 참석률

삼성물산 예상치보다 주총 참석률이 더 높았던 것도 변수였다. 최근 삼성물산의 정기 주총 참석률은 60%대 중반으로 이번 주총 참석률은 평소보다 약 25%포인트 더 높았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번 임시 주총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고려해도 최대 80% 수준을 예상했는데 85% 가까이 참석할 줄은 몰랐다고 설명했다. 참석률이 예상대로 70% 정도면 필요한 우호지분은 47%인데 참석률이 84.73%가 되면서 통과에 필요한 우호지분도 56.48%까지 늘어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외국인 연기금 중에 정관상 주총 때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 곳이 꽤 있다며 삼성물산이 목표했던 만큼 소액주주 지분을 확보한 데다 외국인 지분 중 일부가 엘리엇 쪽으로 집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치훈 대표는 주총 직후 투자설명회(IR)에 다니면서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을 포함해 여러분을 만나 많이 배웠다며 그분들께 감사드리면서 (지적하신 부분들을) 더 고쳐나가고 더 잘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황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