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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장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 반갑지만 않은 이유

사상 최장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 반갑지만 않은 이유

Posted June. 03, 2015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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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81억4000만 달러로 2012년 3월부터 38개월 연속 흑자를 냈다. 한국처럼 무역 의존도가 높고 해외변수에 민감한 경제 구조에서 경상수지 흑자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1986년 6월1989년 7월의 호황형 흑자와 달리 이번 경우는 수출과 수입이 함께 줄어들어 생겨난 불황형 흑자여서 찝찝하다.

4월 수출이 작년 동기() 대비 11.2% 줄었는데도 수입 감소율(17.9%)이 더 커서 흑자를 기록했다. 우리 경제가 쪼그라들고 있다는 의미다. 일본에서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불황에 접어들기 직전인 1990년대 초반 불황형 흑자와 급속한 저물가가 나타난 것과 비슷한 흐름이어서 불황의 악순환을 낳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실물경제는 위축됐지만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미국 달러화 등 외화 유입이 늘면서 원화가치를 끌어올리는 것도 우리 경제에 부담이 크다. 원화가치가 급등해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은 추락하고 있다. 주요 경쟁상대인 일본 기업들이 아베노믹스의 간판 정책 격인 엔화 약세를 무기로 빠르게 수출을 늘리는 추세이고 중국 등 후발국은 무섭게 따라오는데도 한국은 10년 째 주력 수출품목이 그대로일 만큼 변화를 앞서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 5월까지 다섯 달 연속 수출이 감소한 것을 심각한 징조로 받아들어야 한다.

정부는 경상수지 흑자를 줄여 원화가치 상승 압력을 낮추기 위해 개인의 해외증권 투자, 기업의 해외기업 인수합병(M&A), 연기금의 해외투자 지원을 담은 해외투자 활성화 대책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넘치는 달러의 부작용을 어떤 식으로든 줄일 필요는 있지만 이런 대책만으로 축소 경제가 불러온 불황형 흑자의 그늘을 없앨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할 수 있게 규제를 과감하게 없애고 그 투자의 과실이 국민에게 돌아가 내수도 살아나는 확대 경제의 선순환이 절실하다. 야당이 규제혁파 법안을 국회에서 계속 깔아뭉개는 탓도 있지만 정부가 수도권 규제완화처럼 직접 할 수 있는 일도 미적거리는 것이 더 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