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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베니스, 미술 영화

Posted May. 12, 2015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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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회화나 조각이 아니라 설치 작품이 주도한 지는 오래됐다. 언제부터인가 어두컴컴한데서 갑갑하게 봐야 보이는 영상 작품도 많아졌다. 그 최초의 형태는 백남준이 창시한 비디오 아트다. 요즘은 비디오 아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영화에 가까운 작품도 많다. 이러다가는 언젠가 영화와 미술의 구별이 없어지고 이탈리아 베니스 영화제와 베니스 비엔날레(미술제)도 따로 열 필요가 없는 때가 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임흥순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Factory Complex(한국어 제목 위로공단)가 9일 개막한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베니스 비엔날레에는 최고상으로 황금사자상이 있고, 그 아래 은사자장, 다시 그 아래 특별상이 있다. 한국인으로서는 전수천 강익중 이불이 각각 1995년 1997년 1999년에 특별상을 수상한 적이 있지만 은사자상은 처음이다.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작가가 아니라 영화계에서 활동하는 감독이 탔다는 것이 더 놀랍다.

임 감독의 작품은 아시아 여성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와 판타지적인 영상이 결합되어 있다. 인터뷰에 주목한다면 다큐멘터리 영화이고, 영상에 주목한다면 미술이라고 할 수 있다. 유튜브에서는 가발 공장 모습을 보여주는 2분짜리 부분 영상을 볼 수 있었을 뿐이지만 가발 공장의 즉물성을 판타지와 결합해 보여주는 감각이 놀라웠다. 주제의식도 묵직해서 구로공단에서 사라진 장면을 베트남 캄보디아의 공장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아시아 여성 노동자들이 시대 차이를 두고 겪는 공통의 경험을 부각시켰다.

미술로서의 영화는 우리가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분류할 때의 예술영화와도 다르다. 얼마 전 한국에서 샤넬 한복쇼를 연 카를 라거펠트는 패션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도 만든다. 물론 그것은 상업영화도 예술영화도 아니고 미술로서의 영화, 혹은 패션으로서의 영화다. 그리고 보니 미술과 영화의 경계선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 어수선한 변경지대에서 우리 작가가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다는 게 더 큰 기쁨이라 하겠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