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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정의 막말 리더십

Posted December. 05, 20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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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지도자라고 해서 여성적 리더십을 갖는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 초대 총리를 지낸 골다 메이어는 페미니스트를 브래지어나 불태우는 얼간이들이라고 비판하고 아이를 갖는 것이야말로 여자가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가장 큰 성취라고 말했다. 총리를 세 번이나 지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초대 내각에 단 한 명의 여성 각료도 두지 않았고 보좌진은 전부 남자였다. 그의 한때 별명은 보수당의 유일한 남자였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부드러운 외모를 제외하고는 리더십에서 여성적 특징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원칙과 신뢰의 리더십은 정치인으로서의 큰 장점이지만 불통 논란을 안고 산다. 허튼소리를 하거나 대통령 의중과 다른 말을 하는 사람에겐 예외 없이 레이저 눈빛이 발사된다. 규제를 두고 쳐부숴야 할 원수이자 암덩어리이며 단두대에 보내겠다고 말할 때는 결기를 넘어서 섬뜩함이 느껴질 정도다.

박현정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가 직원들에게 성적 모욕감을 주는 막말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면 장기를 팔아라든가 (술집)마담 하면 잘할 것 같다는 말을 한 사람이 여성이라 더욱 놀랍다. 대체로 결과를 중시하는 권위주의적 리더십에 비해 관계와 소통을 중시하는 수평적 리더십을 여성 리더십이라고 한다. 삼성생명 임원을 지낸 박 대표에게 실적과 성과를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몸에 밴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박 대표는 2013년 2월 서울시향 대표가 된 후 서울시향의 방만한 경영과 직원들의 무사안일 풍토에 메스를 들이대고 개혁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거기까지는 좋았지만 구성원을 설득하는 데는 실패한 것 같다. 정명훈 예술감독과도 상당한 갈등을 겪었다고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정 예술감독이 직원들을 앞장세워 박 대표 밀어내기에 나서고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개혁의 방향이 아무리 옳아도 지도자가 지도자다운 언행을 하지 않으면 개혁의 동력은 상실되고 만다. 하버드대 박사에 삼성 출신이라는 경력만으로 리더십이 보장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