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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들을 벼랑 끝 내몬 최저임금제의 역설

아파트 경비원들을 벼랑 끝 내몬 최저임금제의 역설

Posted November. 26, 2014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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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아파트 경비원들에게도 최저임금이 100% 적용돼 급여가 19% 가량 오른다. 2년 전 경비원들의 열악한 고용조건이 문제가 되자 정부가 법을 고쳐 최저임금의 90%였던 경비원 임금을 내년부터 100%로 올리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많은 아파트들이 임금을 올려주기는커녕 대량 해고를 예고해 경비원들은 되레 벼랑 끝으로 몰리게 생겼다.

고용노동부는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그제 경비 시설 관리 종사자 근로조건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올해로 끝날 예정이던 60세 이상 고령자 고용지원금 제도를 2017년까지 연장해 1인당 월 6만 원을 정부가 지원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용부가 마련한 내년 예산은 23억 원 정도로 3000여 명밖에 지원하지 못한다. 전국 25만 명의 경비근로자 가운데 해고가 예상되는 60대 이상 근로자만 5만 명 이상이다.

경비원 분신 사망 사건이 일어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는 경비원과 청소근로자 106명 전원 해고를 통보했다. 이 아파트는 이번 달 입주자임원회의에서 용역업체를 다른 곳으로 바꾸기로 해 분신으로 아파트 이미지를 훼손한데 대한 보복성 조치가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다른 아파트들도 경비원을 절반으로 줄이거나 해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파트 입주자들이 경비원 임금 인상에 따른 아파트관리비 상승을 우려해 경비원들을 해고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 1분기에 아파트 등에 대한 집중점검을 실시해 경비시설관리 근로자들이 부당한 근로조건 침해를 당하는지 확인할 계획이라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비인간적 대우가 사회 문제가 됐다. 신현대아파트 경비원은 7일 입주민의 모욕적 언행에 충격을 받아 분신 사망했다. 10일에는 대구에서 주차장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이유로 경비근로자의 얼굴에 침을 뱉고 폭행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내년에 최저임금이 100% 적용되면 100가구가 1명의 경비원을 고용할 경우 가구당 관리비가 20003000원 오른다고 한다. 법과 정부 이전에 이웃과 더불어 살겠다는 따뜻한 마음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