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현역 S사단장(소장)이 여군 부하를 집무실에서 성추행한 혐의로 어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음주 추태사고로 신현돈 1군사령관이 전역 조치된 것이 불과 한달 여 전인데 또 이런 일이 벌어졌다. 한 민구 국방장관이 긴급 전군주요지휘관 화상회의를 열어 최근 일련의 군 기강 해이 사건들은 국가 안보를 좀먹는 이적행위라고 질타했지만 공허하게 들린다.
군통수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8월 13일 긴급 전군주요지휘관 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군내의 뿌리 깊은 반인권적 적폐를 척결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S사단장은 9월까지 영내 집무실에서 여군 하사를 강제로 껴안는 등 5차례나 성추행했다. 그가 모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군 하사를 불러 격려하며 상담하는 자리에서 첫 성추행을 했다니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지시가 고위 장성에게도 제대로 통하지 않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것이 아닌가.
군 장성들의 심각한 기강 해이에 대해 국방장관을 지낸 한 군 원로는 군 인사에 외부 입김이 작용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군은 계급사회인 만큼 어느 조직보다 인사가 공정해야 유능한 인재가 지휘를 맡아 정예 강군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나 정치권이 군 인사를 흔들면서 장성들이 부대를 잘 통솔해서 평가받기 보다는 줄서기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군 인사에서도 국방부가 올린 장성 진급자가 6명이나 바뀌었다고 한다. 그러니 군 고위층이 정권의 안보 호위무사로 전락해 우리 국방을 날지 못하는 닭으로 만들었다는 소리까지 나오는 것이다.
작전이나 경계 실패, 군기사고 등의 잘잘못에 대해 엄격하게 신상필벌()을 하지 않는 것도 기강 해이를 부른 한 요인이다. 각종 군기사고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가능하게 한 지휘관 관할 명령제도 등 군사법체계를 군 기강 확립 차원에서 수술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일련의 사건사고들을 보면서 과연 군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가안보의 보루로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군은 명령에 죽고 사는 조직으로 지휘관이 솔선수범해야 영()이 설 수 있다. 군기는 단 한순간도 흐트러져선 안 되며 기강이 서지 않은 군대는 강군이 될 수 없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부터 책임을 통감하고 군기()를 확립할 근본적인 쇄신책을 내놓도록 독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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