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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 하면 터지는 총기 난사, 안보 차원의 문제다

잊을만 하면 터지는 총기 난사, 안보 차원의 문제다

Posted June. 23, 2014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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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사단 55연대 3대대 소속 임 모 병장은 그제 GOP(일반전초) 주간 근무를 마치고 생활관으로 복귀하다가 동료 병사를 향해 수류탄을 터뜨리고 실탄 10여발을 마구 쐈다. 그는 도망치는 병사들을 쫓아가며 총을 쏘고 생활관에 머물던 비무장 동료들도 공격했다. 아직 정확한 이유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임 병장은 정상적인 군인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 임 병장은 전역을 불과 3개월 앞둔 시점에서 갑자기 괴물로 변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전역을 앞둔 병사들은 각별히 몸을 사린다. 더욱이 임 병장은 고참이어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군은 숨기지 말고 문제의 원인을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

범행 뒤 수십 발의 실탄을 갖고 도주한 임 병장은 어제 추격한 군과 대치하면서 총격전을 벌였다. 추격 부대 소대장은 관통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임 병장이 투항을 거부하고 총격전으로 맞선 것으로 미루어 총기 난사는 우발적 행동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임 병장은 2013년 4월 인성검사에서 관심병사 A급 판정을 받았다. A급은 군 생활 적응이 어려워 자살 등 사고를 저지를 개연성이 큰 경우로 특별관리 대상이다. 그러나 임 병장은 지난해 11월 2차 인성검사에서 중점관리대상인 B급으로 판정이 낮아져 다음 달부터 GOP에 투입됐다. B급은 지휘관 재량에 따라 GOP 투입이 가능하다는 게 군의 설명이지만 안이한 판단이 끔찍한 비극을 낳고 말았다.

군은 GOP 근무가 가능한 B급으로 낮춘 이유에 대해 임 병장이 내성적이어서 적극적인 사고를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부분대장을 시킨 결과 말이 많아지고 대화도 하게 돼 됐다고 설명했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GOP에 근무하는 병사들은 주간이든 야간이든 경계근무 시간이면 수류탄과 75발의 실탄을 휴대한다. 중무장한 병사는 철저하고 세심하게 관리하는 게 당연하다. 군이 A급 판정을 받았던 병사를 GOP에 투입해 위험을 자초한 과정이 정확하게 규명돼야 한다. 육군의 급격한 병력 감축으로 관심병사를 GOP에 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더욱 심각한 일이다. A급이든 B급이든 군생활 부적응 사병이라면 실탄이 든 자동소총이나 수류탄을 소지하지 않는 근무지로 보냈어야 옳다.

군의 총기난사 사건이 잊어버릴만 하면 터지니 도대체 국민이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2005년 5월 경기 연천군 최전방 초소 생활관에서 한 사병의 총기 난사로 8명의 병사가 사망했다. 2011년에는 인천 강화도 해병대 해안소초에서 김 모 상병이 4명의 동료를 살해했다. 대형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군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다짐했다. 그러나 또다시 어이없는 참사가 발생했으니 군의 다짐은 빈말이 아닌다. GOP 근무를 마치고 총기 반납시 근무수칙을 제대로 지켰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22사단에서는 2012년 철책선을 넘은 북한군 병사가 생활관 문을 두드릴 때까지 까맣게 모른 이른바 노크 귀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고위 지휘관들이 줄줄이 문책을 당했지만 후임자들이 과거의 기강 해이를 철저하게 반성하지 않아 또다시 오명을 남기게 됐다. 왜 같은 부대에서 군기사고가 잇따르는지 원인을 규명하고 22사단 지휘관들의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국방부 장관은 현재 사실상 공석이다. 김관진 대통령 국가안보실장이 겸직하는 상태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상층부의 공백이 군의 기강해이로 이어져 최전방의 불안 요인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최전방 부대에서 적의 공격도 아니고 우리 병사의 총기 난사로 병사 5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자녀를 군에 보낸 부모들이 마음 놓을 수가 있겠는가. 이번 사건이 군에 미칠 악영향도 심각하다. 최전방을 지키는 군인들이 전방의 적 보다 등 뒤의 동료를 더 두려워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안보에 심각한 구멍이 뚫린 것이다. 개인생활에 익숙한 디지털 시대의 신세대를 관리하고 정신건강을 판정하는 작업에서 군사전문가만이 아닌 정신분석과 심리 전공자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정확성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군은 이번 사건을 문제 병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안보 차원에서 다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