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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으로 간 이팝나무

Posted April. 05, 2014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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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 청계천길을 걷다 보면 타원형의 긴 잎자루에 원뿔 모양의 흰색 꽃잎을 머금은 이팝나무를 자주 만날 수 있다. 꽃이 피는 5, 6월에 멀리서 보면 나무에 눈이 소복소복 쌓인 듯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여기저기 쌀밥을 고봉으로 담아놓은 모습이다. 이팝(이밥쌀밥)나무라는 이름은 여기서 유래됐다.

우리 조상들은 이팝나무의 꽃피는 모습을 보고 한 해 벼농사의 풍흉을 짐작했다. 치성을 드리면 그해 풍년이 든다며 신목()으로 받들었다. 벼농사가 잘되면 쌀밥(이밥)을 먹는다고 이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고, 입하() 무렵에 꽃이 피기 때문에 이팝이라 했다는 얘기가 함께 전해온다. 옛날 전북 진안의 한 마을에선 어린아이가 죽을 때 무덤 곁에 이팝나무를 심었다. 배불리 먹어보지 못한 아이가 저세상에서나마 쌀밥을 실컷 먹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고 한다.

통일부가 3, 4일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기증받은 이팝나무 7000그루를 개성공단 정배수장 인근 민둥산에 심었다. 개성공단에 묘목을 지원하고 나무를 심는 일이 20052007년, 20102012년에 계속 있었지만 지난해에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로 심지 못했다. 천안함 폭침에 따른 524조치로 남북 교류는 거의 금지됐지만 북한에 대한 조림 지원은 해당되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도 최근 드레스덴 통일구상을 통해 농업생산 부진과 산림의 황폐화로 고통 받는 북한지역에 복합농촌 단지를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북한은 식량 증산을 위해 나무를 베고 다락밭을 만드는 바람에 산에 나무가 사라졌다. 나무가 없으니 여름철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토사를 쓸고 내려와 강바닥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비가 오면 쉽게 홍수로 이어진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나무 심기를 전 군중적으로 벌여 숲이 우거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나무를 심으려면 묘목이 필요하고 기술 지원이 따라야 나무가 잘 자란다. 이팝나무에 고봉밥처럼 핀 꽃을 바라보면서 북한 주민의 삶이 여유를 찾았으면 좋겠다.

박 성 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