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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륙직후 엔진 펑하늘서 공포의 100분

Posted March. 17, 2014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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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필리핀으로 가던 필리핀 국적 항공기가 엔진 고장으로 회항하면서 승객들이 100분 동안 공포에 떨어야 했다. 사고 항공기는 필리핀의 휴양지 보라카이로 가던 중이었다.

16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인천공항경찰대에 따르면 필리핀 에어라인 소속 PR 491편이 15일 오후 9시 44분경 이륙했다. 그러나 10여 뒤 항공기 오른쪽 날개 쪽 엔진에서 수차례 펑 펑하는 굉음을 내며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그리곤 난기류를 만난 듯 심하게 흔들렸다. 일부 승객은 고통을 호소하며 산소 호흡기를 착용했고 창가에 있던 일부 여성 승객은 엔진 쪽에서 붉은 색 섬광()이 비치며 심하게 요동치자 극심한 공포에 떨어야만 헸다. 한 승객은 항공기가 이륙한 지 얼마 안돼 날개에서 폭발음이 났고 동시에 불꽃이 튀었다고 전했다.

사고 당시 비행기의 기장은 객실 소음과 냄새가 심해 서울지방항공청에 회항을 요청했다. 그러나 사고 항고기는 착륙을 하는 데도 문제를 일으켰다.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접근했지만 바퀴가 기체 밖으로 내려오지 않는 랜딩 기어 이상이 생겨 착륙에 잇달아 실패한 것. 결국 45차례 더 착륙을 시도하다 인천국제공항을 이륙한지 1시간 40여분이 지난 15일 오후 11시 21분경 어렵게 착륙했다. 사고 항공기에 탑승한 170여 명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100분 넘게 공포의 비행을 경험한 승객 대부분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 한 여성 승객은 마지막 착륙 시도에 앞서 항공사 승무원들이 승객들의 위치를 옮기고 일부 어린이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며 아찔한 순간을 전했다. 다른 승객은 마지막으로 착륙 어려워지면 비상구를 뜯어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을 정도로 급박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15일 사고에 대해 이륙 단계에서 새가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엔진에 문제가 생기는 버드 스트라이크로 보고 받았다면서 이후 항공기가 수차례 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기장이 바퀴가 기체 밖으로 내려왔는지를 지상 요원과 확인하며 착륙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사고 항공기에 타고 있던 한국인 승객 176명 가운데 102명은 필리핀에어 소속 다른 비행기를 타고 16일 오전 당초 예정한 필리핀 보라카이로 출발했고, 3명은 다른 날로 일정을 바꿨다. 61명은 예약을 취소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공항 계류장과 활주로에서 벌어진 사고가 아니어서 정확한 사고 원인은 단정할 수 없다며 필리핀 공항 당국에서 사고원인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고 항공사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일부 승객은 필리핀 항공사측이 위로의 말도 않은 채 재입국 절차를 받을 때 구입한 면세품을 반납하라고 독촉해 실랑이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인천=차준호 run-juno@donga.com / 홍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