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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증과 범죄 사이

Posted October. 22, 2013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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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기술적 진보는 관음증과 동행했다. 19세기 카메라가 발명되자 거의 동시에 음화()가 나타났고, 20세기 VCR의 급속한 대중화는 포르노에 힘입은 바 크다. 인터넷 보급 초기엔 인터넷과 친해지는 지름길은 음란물 검색이라는 말이 있었다.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통되는 주요 콘텐츠의 하나도 포르노다.

회화에서도 인간의 관음 본성이 드러난 작품이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루벤스, 렘브란트 등이 그린 스잔나와 장로들이다. 스잔나가 목욕하는 장면을 훔쳐보던 두 장로가 이성을 잃고 몸을 허락하지 않으면 네가 우리를 유혹했다고 고발하겠다고 협박한다. 그러나 스잔나는 거부했고 다니엘의 공정한 재판으로 장로들이 처벌받는다는 성경 이야기다. 이 얘기는 중세까지는 부덕()을 가르치는 소재였으나 근세 이후엔 성적 매력이 넘치는 여인의 나신()을 그리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됐다. 그림 속 장로들뿐 아니라 화가나 관객도 관음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단오날 젖가슴을 내놓은 채 개울에서 머리를 감는 아낙들을 그린 신윤복의 작품 단오도도 마찬가지다. 여인들이 아니라 바위 뒤에 숨어 이를 훔쳐보는, 그림 귀퉁이에 조그맣게 그려진 떠꺼머리총각 둘이 이 작품의 진짜 포인트다. 이 그림은 화가의 엉큼함과 함께 사회적 금기를 피해가는 재치를 보여준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20대 여성이 알몸으로 길거리를 걷는 모습을 휴대전화로 찍어 유포한 사람들이 무더기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몰카 방식이 아니라 해도 수치심을 일으키는 영상을 찍고 유포하면 처벌된다고 판시했다. 공공장소에서 찍은 것이라도 제재받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다. 지난달에는 대로변 승용차에서 성행위를 하는 남녀를 찍어 유포한 상근예비역(방위병)이 체포돼 헌병대에 넘겨지기도 했다. 관음 성향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집착이 심해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문제를 일으킬 정도면 질병으로 분류되며,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면 범죄가 된다. 법 이전에 자기절제가 필요한 시대다.

허 승 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