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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북, 국제사회 불신만 자초

Posted September. 09, 2013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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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플레이 전략인지, 그냥 좌충우돌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최근 북한의 이율배반적 행태에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예정됐던 미국 외교사절의 방북은 하루 전날 거부당했다. 그 직후 전직 미국 농구선수는 방북해 최고의 대우를 받았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6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사건에 대해 독재자들이 써온 상투적 수법으로 우리를 결부시키는 건 참을 수 없는 모독이자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다음날 노동신문은 이제 북남은 대화와 협력의 첫걸음을 내디뎠다며 남북 친선 확대를 강조했다.

10일 평양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역도대회 참가를 위해 한국 선수단이 방북할 예정이다. 북한은 선수단 안전을 보장하고 국제관례에 따라 애국가 연주와 태극기 게양을 허락하기로 했다. 2010년 12월 조선중앙TV가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배구 결승을 중계하면서 중국 국기는 놔둔 채 태극기만 모자이크 처리할 만큼 민감해 하던 북한이다. 그런데 3년 만에 평양 한복판에 태극기 게양을 허용한 속셈이 궁금해진다.

성기영 연세대 교수는 북한이 2월 3차 핵실험으로 선보였던 위기조성 외교가 통하지 않자 대화국면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비()일관성들이라며 전술적 변화에 불과하다 해도 과거 행태로 돌아가지 못하게 제도적 장치로 묶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방북 예정이던 로버트 킹 미국 대북인권특사는 북한으로부터 방북 전날 방문 불허 통보를 받았다. 북한 외무성은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때 오지도 않은 미국 B-52H 전략폭격기를 불허 원인이라고 밝혔다. 더구나 북한은 UFG가 시작된 8월 19일 이후 침묵을 지키다 28일에야 뉴욕 북-미 채널로 훈련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처음 보냈다. 북-미 대화 성사 직전에 급브레이크를 밝은 것이다.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 북-시리아 화학무기 개발 연계의혹 등이 터졌지만 229합의(핵미사일 동결과 식량지원을 맞바꾼 합의) 이후 1년만의 첫 북-미 협의를 걷어찰 정도는 아니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북한은 대미 협상에서 몸값을 올리겠다는 계산이지만 말바꾸기가 반복되면서 미국에서는 또 북한에게 속았다며 대화파의 입지가 없어지고 있다는 점을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2012년 229합의 직후인 4월 13일 인공위성이라고 우기며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해 합의를 공중분해시켰을 때처럼 행동을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북한에 대해 누적된 불신 탓에 중국이 제안한 6자회담 관련국의 1.5트랙(반관반민) 회의에도 응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