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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뜨거운 감자

Posted August. 23, 20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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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중국의 파워블로거와 주요 언론매체 간부 15명이 한국을 찾았다.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이 실시하는 외신기자 초청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이들은 일주일 일정으로 기업과 정부기관 언론사는 물론이고 성형 병원까지 한국의 구석구석을 탐방하고 있다.

해외문화홍보원이 이들을 초청한 건 이들이 13억 중국인, 특히 6억 명에 이르는 누리꾼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팡스민() 씨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팔로어만 1741만 명을 거느린 파워블로거다. 하이샤() 씨는 수억 명이 함께 본다는 중국중앙(CC)TV 메인뉴스 신원롄보()의 간판앵커다. 량즈샹() 씨는 중국 최대 종합검색 사이트인 바이두()의 부총재다.

20일 낮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이들과 화벽지성() 회원들의 간담회가 열렸다. 화벽지성은 중국과 남북한에서 특파원으로 일하거나, 일한 적이 있는 양국의 전현직 언론인 모임이다. 한중 언론인의 교류 활성화를 목적으로 2008년 12월 베이징()에서 발족했다.

중국의 언론인과 파워블로거들은 요즘 중국에서 한류가 대단하다라는 화기애애한 말부터 꺼냈다. 1980년대 중국에서 상영된 해외 드라마는 거의 모두 일본 것이었는데 10여 년 전부터 한국 드라마가 점령했다는 것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남성 댄스음악그룹인 동방신기()와 5인조 여성 음악그룹인 원더걸스(중국명 )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과거엔 북한 하면 무작정 우호적이었던 중국인들이 요즘엔 북핵 문제로 많이 변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유엔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게 된 것도 중국인의 이런 기류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 주도의 통일에 대해서도 중국인들이 점차 마음을 열고 있다고 전했다. 한중 간 교류가 확대되면서 거부감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붕괴는 남한뿐 아니라 중국에도 큰 재앙이 될 것이라는 점도 빼놓지 않고 강조했다. 동북 3성에 갑자기 수백만 명의 난민이 몰리면 중국으로서는 속수무책이라는 주장이다.

똑같은 언론인이니 어떤 질문이든 기탄없이 해보라. 우리도 솔직하게 대답하겠다고 하니 곧바로 주한미군 문제가 튀어나왔다. 국력이 북한의 37배나 되는 한국이 주한미군을 주둔시키는 이유는 뭔가라는 질문은 답변이 어렵지 않았다. 필자는 북한이 625를 일으켰고 지금도 한반도 전역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어 미국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답을 해줬다. 미군의 임무는 호전적인 북한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그럼 통일 이후엔 필요 없게 되는 것 아닌가라는 추가 질문엔 답변이 쉽지 않았다. 이 질문엔 주한미군이 대북 억지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견제작용도 하고 있다는 중국인들의 생각이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통일 이후 주한미군의 지위와 역할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대신했다.

이들이 점잖게 질문했지만 속으로는 당신 말대로 주한미군이 오로지 대북 억지만을 위한 것이라면 통일 이후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는 말을 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2008년 5월 한중 양국은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올해 박근혜 대통령이 방중했을 때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내실화에 양국 정상이 의견을 같이했다. 경제 문화 교류 단계를 지나 군사 안보 분야에서의 협력, 나아가 통일까지도 함께 논의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그때가 되면 주한미군은 뜨거운 감자가 될지도 모른다. 통일과 관련해 중국인을 납득시키고 나아가 중국 정부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치밀한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