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투쟁 어찌하나 고심 깊어가는 문재인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긴급 기자회견 이후 국회 밖으로 나오긴 했지만 야전 준비는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민주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폭염과 소나기 속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장외투쟁 이틀째였던 2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설치한 국민운동본부 천막 상황실에서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여는 동안 빗물이 안으로 들이쳤다. 장기농성용 천막이라기보다는 그늘막 캐노피를 연결한 구조물이라 실내외가 명확히 구분되지도 않고 지붕 곳곳에 틈이 있어 빗줄기가 굵어지자 속수무책이었던 것. 몇몇 기자들의 노트북이 비에 젖었고, 천막 아래 바닥이 젖어 전기 합선을 우려한 당직자들이 전기장비의 전원을 뽑는 소동이 벌어졌다.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그래도 전날 더위에 비하면 차라리 이게 낫다는 말이 나왔다. 서울 최고기온이 30도를 오르내렸던 1일에는 점심시간 직후 외부 노출을 차단하기 위해 천막 지붕 아래로 천을 두르고 최고위원과 원내 지도부, 국가정보원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이 비공개 회의를 했다. 선풍기 몇 대를 설치하긴 했지만 밀폐된 공간에 수십 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은 상태에서 콘크리트 바닥 열까지 올라와 천막 내부는 거의 찜질방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습기와 더위를 못 견딘 당직자들이 땀에 흠뻑 젖은 채로 바람을 쐬러 나오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천막 상황실 크기 자체가 100명이 넘는 인원을 수용하기엔 작았다. 국회의원 83명이 참석한 1일 의원총회에서는 몇몇 의원들이 자리를 잡지 못해 천막 밖에 나가 있었고, 2일 의총 때도 사회자가 죄송하지만 의원이 아닌 분들은 천막 밖으로 나가 달라고 요청해야 했다. 취재진들 사이에서 엉덩이를 붙일 의자와 노트북을 놓을 테이블, 그리고 전기 콘센트 확보를 둘러싸고 눈치 경쟁이 벌어질 정도다. 냉장고는커녕 식수대도 없다. 당직자들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 종식을 말한 지 5일 만에 장외투쟁으로 돌아섰는데 준비할 틈이 있었겠느냐고 했다.

별 보안장치 없이 뻥 뚫린 구조물이라 열혈 시민들의 난입도 골칫거리다. 장외투쟁 첫날 다짜고짜 욕을 하며 천막에 들어오려는 일부 행인들을 막느라 곤욕을 치렀던 민주당은 2일엔 아예 당번 의원들이 천막을 찾아온 노인들과 함께 어울리고 틈틈이 현 국정 상황을 설명하며 시골 장터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마이크를 잡고 사회자 역할을 하며 분위기를 모아 간 이석현 의원(5선)에 대해서는 웬만한 장터 MC보다 훨씬 낫다는 말이 나왔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