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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외사생활은 함구 경찰 대응이 옳다

Posted June. 15, 2013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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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손호영 씨의 전 여자친구가 손 씨 소유의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된 지난달 21일 밤. 사건이 접수된 서울 강남경찰서 본관 1층 로비는 취재진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방송국과 연예매체 카메라 수십 대가 굳게 닫힌 형사과 문을 비췄다. 연예매체 기자들은 형사과 유리문 앞에 무작정 카메라를 들이밀고 사무실 안쪽에 있는 당직데스크에게 한마디만 해 달라고 보챘다. 한 경찰 간부는 로비를 지나다 말 한마디를 거는 바람에 카메라 수십 대에 쫓겨 도망가다시피 했다. 그런 소동이 22일 오전 4시까지 이어졌다.

사회부 경찰팀 소속으로, 다른 경찰서를 담당하다 강남서를 맡은 지 열흘도 채 되지 않았던 기자에겐 몹시 당황스러운 광경이었다. 연예매체 기자들이 로비에서 손 씨를 기다리고 있을 때 당사자는 이미 귀가한 뒤였다. 손 씨는 21일 오후 810시 강남서 별관 수사과에서 따로 조사를 받았다.

이후에도 강남서에는 연예인 관련 사건이 잇따라 접수됐다. 배우 A 씨 성폭행(5월 23일), 가수 김상혁 씨의 성추행(5월 29일), 배우 류시원 씨의 아내 고소(6월 3일), 가수 가비앤제이 노시현 씨의 의류 절도(6월 10일). 그때마다 인터넷엔 충격 이럴 수가 등의 자극적인 제목이 붙은 기사들이 범람했다.

연예매체가 경찰의 기본적인 생리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무리하게 취재하는 걸 보고 환멸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나 역시도 고위공직자 비리나 정치인 스캔들이 터지면 징글징글하게 취재원에게 달라붙고 주변 신상을 캐지 않았던가. 대상과 영역이 다를 뿐 그들과 나는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에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을 어디까지 보도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는 강남서에 오면서 새로 얻은 고민거리다. 사안 자체는 경미해도 대중의 관심이 워낙 높다 보니 강남서 출입기자들은 연예인 사건 정말 싫다면서도 관련 기사들을 쓰게 된다.

하지만 연예인이 저지른 범죄면 몰라도 그들의 사생활까지 국민의 알 권리 영역에 속하는 걸까. 대부분의 연예인 사건을 다루는 강남서의 이병국 형사과장은 사건의 개요와 범죄 혐의는 취재가 들어오면 확인해주지만 사건과 관계없는 사생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는 취재 대응 원칙을 세웠다.

일부 기자는 재밌는 정보는 말해주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옳은 원칙이라고 본다.

만약 누군가가 경범죄를 저지른 나에 대해 애인 가족 직장 등 모든 걸 샅샅이 파헤쳐 세상에 까발리면 어떤 기분이 들까.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