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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철학을 공유한 인사는 코드 인사와 다른가

[사설] 국정철학을 공유한 인사는 코드 인사와 다른가

Posted March. 13, 2013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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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공공기관장 인선과 관련해 장관들에게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기관장의 임기가 남았더라도 전문성과 적절성 여부를 다시 검토할 것이라며 대대적 물갈이를 예고했다.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작년 말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에 대해 국민에 큰 부담이 된다고 경고하며 전문성을 제1의 인선 원칙으로 제시한 바 있다. 겉으로는 전문성을 내세웠지만 실제 속뜻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인사를 할 테니 이명박 정부가 임기 말에 인사를 하지 말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박 대통령도 여느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대선 승리를 도운 이들의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국정철학이라는 수사()로 표현했지만 결국 노무현 정부 때의 코드와 뭐가 다른가. 장관이나 청와대 비서관들은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한 사람들로 임명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장이 꼭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해야 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정치색을 탈피해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적임자일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벌써부터 정실인사, 낙하산 인사가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온다고 논평한 것도 집권 경험의 발로다.

박 대통령은 정실인사, 낙하산인사는 정권 자신을 해친다(2006년), 이 정부 들어서 이념적, 편향적으로 코드인사를 하고, 능력 있는 인재를 소외시켜 국력을 낭비했다(2007년)고 참여정부의 코드인사, 낙하산인사를 비판한 바 있다. 당선인 시절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낙하산 인사가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인사관이 집권한 뒤에도 계속 유지될지는 지금부터 지켜봐야 한다.

새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공공기관 인선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원추천위원회의 독립성을 높이고 무늬만 공모제라고 비난받아온 공공기관장 공모제를 본격 수술하겠다고 천명했다. 대통령 선거를 도운 사람들을 기관장으로 내정해 놓고도 절차적 정당성을 위해 공모제라는 형식을 빌린다면 과거 정부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공모제를 보강해 낙하산 인사라도 깜냥이 안 되는 사람은 거부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새 정부의 내각 인선과 인사 청문회를 보며 박 대통령의 인사 원칙에 대해 회의를 갖게 된 국민이 적지 않다. 선거 공신들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면 역량과 도덕성 그리고 전문성을 엄격히 따져 공기업의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대통령과 국정철학 또는 코드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낙하산으로 내려간 공공기관장이 노조에 약점이 잡혀 방만한 경영을 하는 일이 이번 정권에서도 되풀이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