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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훈장에 박힌 보석과 명예

Posted February. 14, 2013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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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최고의 훈장은 명예의 훈장(Medal of Honor)이다. 주로 전쟁을 치르다 전사한 군인에게 수여하지만 생존 영웅에게도 준다. 미국은 9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전쟁과 이라크전쟁을 치르면서 9명에게 이 훈장을 수여했다. 훈장을 주는 날이면 행사 장소인 백악관 이스트룸은 축제의 장으로 변한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전쟁 영웅의 목에 훈장을 걸어주고 공로를 소상하게 소개한다. 수상자의 가족은 물론이고 친지, 동료 병사들도 이 자리에 초대된다.

2011년 9월 시상식을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와 함께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 역대 수상자들, 제복을 입은 동료 군인들이 이스트룸을 가득 메웠다. 수상자는 매달 600달러 정도의 수당을 받고 의료 혜택이 주어진다. 명예의 훈장 수상자에게는 상관이라도 먼저 거수경례하는 것이 관행이다. 외관이 대단히 화려할 것이라는 짐작과는 달리 푸른색 천 목걸이에 달린 조그만 훈장이 전부였다. 생각보다 너무 소박해 놀랐다.

지난해 5월 백악관 이스트룸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오바마 대통령이 전임자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부인 로라 부시 여사를 초청해 부시 전 대통령 내외의 초상화를 공개했다. 백악관 안에 영구히 전시될 그림이다.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참모들도 현직 참모들과 뒤섞여 앉아 같이 박수를 치며 웃음바다를 이루었다. 부시 전 대통령이 퇴임한 뒤 4년이 지난 때였고,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마지막 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의 초상화를 공개하면서 최고의 예우를 갖췄다. 그는 현직 대통령은 이곳(백악관)을 잠시 빌려 쓰고 있을 뿐이라며 자신도 언젠가는 전직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가 퇴임 직전에 받게 되는 무궁화대훈장은 한국에서 최고의 훈장으로 꼽힌다. 셀프 훈장 수여에 대해 청와대는 대통령은 무궁화대훈장을 당연히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훈장 한 개를 만드는 데는 금 190돈이 들어간다. 자수정 루비 등 보석을 포함해 제작비는 4800만 원에 이른다. 훈장 두 개면 1억 원 가까이 된다. 그러나 금은보화로 치장한다고 해서 훈장의 값어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훈장의 격()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다. 청와대가 과거 관행을 들어 노무현 전 대통령도 했는데라며 따라가지 말고 다음 대통령에게 훈장 수여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설령 훈장을 받지 못한들 대통령을 지낸 것 이상의 명예는 없을 것이다. 무궁화대훈장이 화려한 외관과는 달리 그리 명예로워 보이지 않는다. 푸른 천 목걸이의 소박한 명예의 훈장과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다.

최 영 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