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동네후배 살해 공모 쌍둥이는 잔인했다

Posted January. 14, 2013 03:00   

中文

중학생이던 1996년 A 씨는 부모가 이혼한 뒤 가출했다. 경기 성남시 일대를 전전하며 오토바이 가게 종업원으로 일하거나 야식집에서 배달하며 사실상 고아처럼 지냈다. 그러다 2004년 한 오토바이 가게에서 쌍둥이 이모 씨 형제(35)와 강모 씨(34)를 알게 됐다. A 씨는 2, 3살 위인 이들을 형으로 부르며 정을 붙였다. 2008년 초 이 씨 형제가 경기 성남시에 건축사무실을 차리자 종종 이곳에 들러 먹고 자기도 했다. 2009년 초부터는 아예 사무실에 들어가 살았다.

그런데 석연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2009년 5월 강 씨 등과 새벽 낚시를 다녀온 A 씨(당시 28세)가 다음날 아침 이 씨 형제의 사무실 화장실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 목욕하던 중 화장실에 설치된 순간온수기에서 액화석유가스(LPG)가 새는 바람에 질식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상한 점은 A 씨가 숨진 뒤 한 달도 안 돼 이 씨 형제가 A 씨 이름으로 가입돼 있던 사망보험금 17억 원을 달라고 보험사에 청구한 것. 알고 보니 이 씨 형제는 A 씨가 사망하면 자신들에게 보험금이 지급되도록 계약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이 씨 형제와 강 씨 등을 붙잡아 이들이 보험금을 노리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A 씨를 살해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은 2008년 말경 밀폐된 공간에서 가스순간온수기를 이용해 목욕하던 여고생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질식사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평소 술을 잘 마시지 않는 A 씨에게 수면제를 탄 술을 먹여 기절시킨 뒤 미리 실리콘으로 창문 틈새 등을 밀폐해놓은 화장실에 A 씨를 알몸 상태로 밀어넣고 온수기에 연결된 가스배관을 잘라 사고사를 가장했다.

쌍둥이 형제 일당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다며 범행을 부인했지만 법원은 이들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한양석)는 11일 범행을 주도한 쌍둥이 형제 동생 이 씨에게 무기징역, 쌍둥이 형과 공범 강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강경석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