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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공동 문화권 영토분쟁이 파괴 우려 영혼왕래 막아선 안돼

동아시아 공동 문화권 영토분쟁이 파괴 우려 영혼왕래 막아선 안돼

Posted September. 29, 201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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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 소설가인 무라카미 하루키(63사진) 씨가 독도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토 분쟁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무라카미 씨는 28일 아사히신문 기고문에서 중국 서점에서 일본 서적이 자취를 감췄다는 보도를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며 영토 분쟁이 국경을 넘나드는 영혼의 왕래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아사히신문은 그의 기고문을 소개하는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다루고 3면의 3분의 2가량을 할애에 기고문 전문을 실었다.

무라카미 씨는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명되는 아시아 대표 작가 중 한 명이다. 그가 내놓은 상실의 시대 댄스 댄스 댄스 태엽 감는 새 1Q84 등 베스트셀러는 한국 중국 대만 등 아시아 대부분 국가에서 번역 출간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다음은 그의 기고문 주요 내용.

지난 20년간 동아시아에서 가장 기쁜 성과 중 하나는 고유의 문화권이 형성됐다는 점이다. 중국과 한국, 대만의 눈부신 경제발전으로 문화의 등가() 교환이 가능해졌고, 많은 문화적 성과가 국경을 오가게 됐다.

이 동아시아 문화권은 풍성하고 안정된 시장으로서 착실히 성숙해가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TV 드라마가 인기를 누리면서 일본인이 한국 문화에 이전보다 훨씬 친밀감을 느끼게 되고,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도 급격히 늘었다. 또 내가 미국 대학에 있을 때 많은 한국인과 중국인 유학생이 내 사무실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이런 상황을 실현하기 위해 오랜 세월 많은 사람이 심혈을 기울여 왔다.

문화의 교환은 우리가 예컨대 언어가 달라도 기본적으로 감정과 감동을 공유하는 인간들이라는 점을 인식시키는 것을 중요한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국경을 넘어 영혼이 왕래하는 길인 것이다. 최근 영토문제가 그런 성과를 크게 파괴하는 것을 한 사람의 아시아 작가로서, 또 한 사람의 일본인으로서, 나는 두려워하고 있다.

국경선이 존재하는 한 영토문제는 피할 수 없지만 이는 실무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또 그렇게 돼야 한다. 영토문제가 국민감정 영역으로 들어가면 출구 없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한다. 이는 싸구려 술에 취한 것과 비슷하다. 싸구려 술 몇 잔으로 목소리는 커지고, 행동은 난폭해지며, 논리는 단순하고 자기 반복적이 된다. 하지만 날이 밝으면 남는 것은 두통뿐이다.

그런 싸구려 술을 뿌리며 소동을 부추기는 정치가와 논객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1930년대 히틀러도 잃어버린 영토 회복을 내세워 정권 기초를 다졌다. 우리는 이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알고 있다. 정치가와 논객은 위세 좋은 말을 늘어놓으며 사람들을 선동하면 그만이지만 실제로 상처받는 사람들은 현장의 사람들이다.

보복의 결과는 언제나 자신에게 돌아올 뿐이다. 어떤 경우에도 상대 문화에 대해 합당한 경의를 잃어서는 안 되며 영혼이 오가는 길을 막아서는 안 된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1Q84 등 일본 서적이 일본 정부의 센카쿠 국유화 이후 베이징() 시내 중국 국영서점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27일부터 다시 진열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배극인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