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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영하 절필 선언

Posted February. 16, 2011 07:59   

소설가 김영하가 그제 블로그와 트위터에서 글쓰기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발단은 한겨레신문이 지난달 28일 사망한 32세의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가 굶어죽은 것처럼 보도한 것이었다. 지금이 어느 땐데 젊은 사람이 굶어죽나는 반응도 있었지만 최 씨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로 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작가와 평론가 사이에서는 예술가의 밥은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논란이 일었다. 김영하는 예술가 자신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가 비난을 듣고 절필을 결심했다.

최 씨가 한국종합예술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이 학교 교수였던 김영하는 최 씨의 죽음이 아사()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최 씨가 굶어죽었다고 믿고 있는데 놀랐다면서 직접 사인은 영양실조가 아니라 갑상선기능항진증과 그 합병증으로 인한 발작이었다고 고인의 마지막을 수습한 친구들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 씨는 재능 있는 작가였으며 어리석고 무책임하게 자존심 하나만으로 버티다 간 무능한 작가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최 씨의 사인()을 둘러싼 엇갈린 해석 속에서 일부 장관과 국회의원의 반응을 돌이켜보면 쓴 웃음을 감출 수 없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예술인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약속으로 과잉 반응했다. 이재오 특임 장관은 최 씨가 남겼다는 글을 인용해 그곳에선 남은 밥과 김치가 부족하진 않나요라는 애도의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인터넷 매체들은 야단이 났다. 최 씨의 죽음을 최초 보도한 신문은 최 씨가 죽어가면서 남은 밥이라도 달라는 쪽지를 남겼다지만 뒤늦게 공개된 최 씨의 쪽지에는 남은 밥이란 표현은 없었다.

작가는 거짓과 싸우는 사람이다. 보통 사람이 쉽게 진실이라고 혹은 올바르다고 믿어버리는 것까지 의심할 때 작가가 될 수 있다. 김영하는 이렇게 말했다. 최 씨를 예술의 순교자로 만드는 것도, 아르바이트 하나도 안 한 무책임한 예술가로 만드는 것도 우리 모두가 지양해야 할 양 극단이다. 자신이 약자이거나 아웃사이더이기 때문에 어떤 말도 용납된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누리꾼들을 향해 이 정도라도 바른 말을 하는 작가가 왜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는지 모르겠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