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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잠도 못자는데.

Posted December. 18, 2010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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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북한의 포격 도발이 있던 지난달 23일) 이후로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는데 (사격훈련을) 또 한다고 하니 겁이 안 나겠어요.

북의 포격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인천 옹진군 연평면 연평중앙로 167번길에서 17일 만난 한 주민은 사격 훈련이 다시 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며 이 같이 말했다. 국방부가 이르면 18일 오전 자주포 사격훈련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발표하면서 연평도에는 다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주민들은 사격훈련을 앞두고 해병대 차량이 수시로 마을에 나타나는 등 군의 움직임이 긴박해진 것을 보고 사격훈련을 정말 또 하는 모양이라며 불안해했다. 사격훈련 소식이 전해지면서 입도 주민의 증가 추세도 한풀 꺾였다. 이날 인천 연안부두를 출발한 여객선으로 주민 29명이 연평도에 돌아왔지만, 섬에 남아있던 주민 29명이 사격훈련 재개 소식을 듣고 섬을 빠져나갔다. 연평도 체류 주민수는 전날과 같은 116명을 유지했다.

외국의 주요 언론들도 사격훈련 재개에 따른 남북한 대치 상황을 세계로 타전하기 위해 속속 연평도로 취재진을 파견하고 있다. 도쿄신문 츠키야마 에이지( ) 기자는 북한 포격 도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사격훈련이 다시 실시되면 주민 불안과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민들은 긴장되는 상황에서도 생업을 포기할 수 없다며 하던 일을 계속하는 등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식당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사격훈련을 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꽃게 냉동고와 한파로 언 수도관 등을 정비하기 위해 16일 섬으로 돌아왔다며 다소 불안하긴 하지만 앞으로는 인천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추위로 연평도에는 곳곳에서 수도관이 동파돼 주민들이 생활용수를 사용하지 못해 불편을 겪었다. 최근 섬으로 돌아온 일부 주민들은 오랫동안 관리하지 않은 보일러가 고장나 전기담요 등으로 겨우 추위를 피하는 모습이었다.

연평면사무소 측은 사격훈련에 대비해 17일까지 대연평 12곳, 소연평 1곳의 방공호 상태를 점검하고 수량이 부족하거나 못쓰게 된 구급약품, 생수, 담요, 난방기구 등을 교체정비했다. 최철영 상황실장은 앞으로 군의 사격훈련이 있을 때마다 주민들이 방공호로 대피해야 할 것 같다며 이에 대비해 계속해서 대피소를 점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원주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