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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쾅!쾅! 굉음 터지자 곳곳 불길 전쟁났다 주민들 패닉

쾅!쾅!쾅! 굉음 터지자 곳곳 불길 전쟁났다 주민들 패닉

Posted November. 24, 201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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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도발에 아수라장

연평도 주민들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포격 도발로 주택가와 군부대 주변 곳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포탄이 터지면서 불길이 치솟아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고 긴박했던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조기역사관을 비롯해 해성여관, 임경업 장군 사당과 인근 탄약고 등을 비롯해 8개 건물이 포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착장에서는 어린아이가 포격에 놀라 아빠 빨리 와라며 울부짖기도 했다.

최 씨는 이날 20여 분 이상 포탄 50여 발이 마을과 야산 곳곳에 떨어지면서 마을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며 주택 10여 채와 야산 등에서 불이 났지만 화재 진압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집에서 빠져나오는 데 급급했다고 말했다. 옹진농협 김성태 연평지점장은 사무실에서 50m 떨어진 지점에 포탄이 떨어지면서 사무실 유리창이 모두 깨졌다며 동네가 온통 쑥대밭이 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주민 성복순 씨(56여)는 집이 흔들릴 정도의 강력한 굉음이 들리고 전기가 끊기면서 전쟁이 난 줄 알고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며 포탄을 맞아 반파된 채 불이 난 주택이 꽤 많아 다치거나 숨진 주민이 많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오후 3시경에도 포탄 20여 발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해경 김운한 연평파출소장은 유무선 통신도 두절됐다며 마을 주민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 데 치중하다 보니 화재 진압은 아예 손을 놓았다고 밝혔다.

포격으로 10여 곳에서 산불이 나면서 불길이 치솟았다. 그러나 소방차가 제대로 출동하지 못하면서 불길을 잡지 못해 밤늦게까지 불길이 보이기도 했다. 또 일부 배전선로가 파손되면서 연평도 전체 924가구 중 420가구가 정전 피해를 당해 일부 지역은 전깃불이 들어오지 않아 어둠 속에서 공포에 떨어야 했다.

긴급 안내방송에 속속 대피

우리 군으로부터 비상상황을 전달받은 연평면사무소는 즉시 주민들에게 현재 위치에서 가까운 방공호로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을 계속 내보냈다. 평소 대피훈련을 자주 받아 온 주민 1700여 명은 19개 민방위대피시설과 방공호 등으로 피신했다. 이날 오후 3시경에는 승객 200여 명을 태우고 인천 연안부두를 출발한 여객선이 연평도에 도착했으나 북한의 도발 소식을 전해 듣고 신속하게 회항했다.

또 연평초중고교에 다니는 학생 120여 명은 포탄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자 교실에서 즉각 빠져나와 학교 뒤편 산 쪽에 있는 대피소로 피신했다. 이 학교 하준 교감은 포탄 폭발음과 진동 때문에 교실 유리창문이 대부분 깨졌다고 들었다며 학생들과 교사들이 다치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경은 이날 오후 3시경부터 서해 연평도와 덕적도 인근에서 조업하던 어선 87척을 남쪽으로 피항시켰으며 오후 1시경 연안부두를 출발해 대청도로 운항하던 여객선 등 2척을 다시 연안부두로 돌려보내는 등 모든 여객선 운항을 중단시켰다.

전화 두절돼 가족들 발 동동

이날 북한의 도발로 연평도 내 유선전화는 물론이고 휴대전화가 대부분 불통되면서 연평도 주민들과 육지에 사는 친인척들은 가족과 친지들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옹진군청 김원영 건설재난과장(53)은 연평도에 홀로 살고 있는 어머니 박규돈 씨(74)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아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집 전화도 포격으로 전기가 끊기면서 불통된 상태였다. 김 과장은 어머니와 연락이 안 돼 오후 3시 45분경 연평도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 안부를 물었지만 친구도 어머니의 안부를 알지 못했다며 다치시진 않았는지 몰라 너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옹진군은 연평도에 폐쇄회로(CC)TV를 3대 설치했지만 북한의 도발로 2대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관제실에서 TV 1대에 의존해 현지 상황을 주시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유무선 통신이 끊기면서 연평도 가족들의 생사를 묻는 전화가 군청에 폭주했다고 전했다.

백령도 주민도 긴급 대피령

이날 오후 백령도 인근의 북한군 해안포 기지도 포진지를 개방하는 등 발사 태세를 갖췄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백령도 주민들도 방공호로 긴급 대피했다. 김정섭 백령면장(52)은 일단 노약자와 어린이들부터 방공호로 대피시킨 뒤 나머지 주민들도 방공호에 머물도록 안내하고 촛불과 난방용품을 공급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4시에는 대청도와 소청도 주민들에게도 대피령이 발령됐다. 인천시교육청은 연평도 백령도 등 서해 5도의 초중고교에 무기한 휴업 조치를 내렸다.



황금천 박희제 kchwang@donga.com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