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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광장에서 만난 손학규

Posted November. 24, 201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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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정오 서울 광화문광장.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청와대를 향해 트럼펫을 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소리를 듣고 깨어나라는 의미로 연주한 기상나팔이라고 했다. 그리고 탈의 중이라는 팻말을 남기고 보수작업에 들어간 이순신 동상을 대신하는 것처럼 왼손으로 칼 대신 팻말을 잡고 섰다. 대포정권 완전교체. 시민들은 흘깃 보고 지나치거나, 다가가 악수를 청하거나, 더러는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다. 쇼 아냐? 한 여성의 말에 친구가 팔을 잡아끌며 말했다. 대포정권인 건 맞잖아!

손 대표는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당 대표실에서 100시간 농성을 벌였으나 별다른 메아리를 내지 못했다. 다음 수순은 장외 투쟁밖에 없을 것이라고 당 안팎에선 진작 내다보고 있었다. 민주당 대표로 복귀한 이후 뚜렷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 그에게 반()독재 투쟁은 전공이나 마찬가지다. 아니나 다를까. 손 대표는 그제부터 서울광장에서 일주일간의 철야농성을 결정했다. 하루 세 차례 광화문광장 1인 시위에선 기상나팔을 힘차게 불겠다고 했다.

서울광장 농성장에 마련된 국민서명대까지 일부러 다가와 서명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일부 국회의원의 지역구에서 버스를 전세 내어 찾아온 여성들이 서명을 했고, 주변엔 노인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손 대표는 꼭 장외로 나와야 했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국민이 아직 잘 모른다며 대포폰을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손 대표는 장외투쟁과 국회 등원 결정을 동시에 내려 국정 수행과 투쟁을 병행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국민의 어느 정도가 손 대표의 장외투쟁을 지지할지는 모르겠지만 한낮의 현장 분위기는 뜨겁지 않았다. 제1야당 대표로서 철야농성보다 일자리와 경제, 북한의 핵 위협에 적극 대처하는 것이 대포정권 완전교체를 성취하는 일일지 모른다. 공교롭게도 장외투쟁 첫날 북한의 연평도 도발이 터졌다. 민주당은 오후 4시 반 서울광장에서 열 예정이던 최고위원회 장소를 국회로 변경했다. 철야농성팀도 천막을 걷고 철수했다. 오후 5시 또 나팔을 불 예정이었던 손 대표는 그 시간 그동안 전개한 서명운동을 일단 중지한다고 말했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