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울산 울주군 삼동면 삼동초등학교 앞. 3층 규모의 삼동면사무소가 이달 말 완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전체 주민 1969명에 면사무소 직원이 12명에 불과하지만 면사무소는 8494m(약 2410평)의 용지에 총면적 2047m(619평) 규모로 건립되고 있다. 전형적인 농촌인 삼동면에 호화 면사무소가 건립될 수 있었던 것은 주민들이 종합장사()시설(화장장)을 자발적으로 유치했기 때문.
울산시가 시설이 낡은 동구의 공설 화장장 이전을 위해 2002년부터 후보지 물색에 나섰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반대했지만 삼동면은 달랐다. 신현석 노인회장 등 마을 원로들을 중심으로 낙후된 삼동면을 발전시키기 위해 종합장사시설을 유치하자고 주민들을 설득했다. 삼동면의 보삼마을은 임권택 감독의 1987년 작품 씨받이(강수연 주연)의 산간마을 무대가 된 곳으로 울산에서는 오지 중의 오지다. 표고버섯 등을 재배하지만 수입은 변변찮은 곳이다.
주민 대표들은 2003년 8월 장사시설 추진위원회도 구성해 마을을 순회하며 설명회를 연 뒤 전체 741가구를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446가구(60.2%)가 찬성했다. 주민들은 2003년 10월 면사무소 신축 등 20여 건의 인센티브를 받는 조건으로 울산시에 유치신청을 했다.
면사무소는 당초 울산시가 42억5000만 원을 들여 짓기로 했으나 울주군이 7억 원을 보탰다. 3층 가운데 1층만 면사무소로 사용하고 2, 3층은 식당과 도서관 헬스장 노래방 등 주민 복지시설이 들어선다. 내년 1월에는 폐교된 삼동초등학교 조일분교 2만1325m(약 6457평) 자리에 면민 운동장이 세워진다. 또 16개 마을 숙원사업 해결을 위해 총 200억 원이 지원된다. 도로포장, 경로당 건립 등 마을을 위해 무엇을 해주면 좋을지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렇게 종합장사시설 유치에 따른 현금성 인센티브 사업비만 총 4727억 원에 달한다. 주민 1인당 2억4000만 원 꼴이다.
삼동면 발전협의회 정연태 회장은 바로 예산이 지원되는 사업이어서 무슨 사업을 할지 주민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종찬 초대 협의회장은 삼동면이 생긴 이래 발전의 최대 기회라며 낙후된 삼동면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어 대부분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종합장사시설 유치를 추진하다 무산됐던 울산 북구의 한 주민은 요즘의 화장장은 첨단시설을 갖추고 있어 혐오시설로 볼 수 없다며 산이 많은 북구의 산 속에 장사시설을 유치했으면 북구의 재정자립도가 훨씬 높아졌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울산시 종합장사시설(하늘공원)은 정족산 일원 9만8000m(약 3만 평)에 2012년 3월 완공예정으로 공사를 하고 있다. 현재 공정은 약 10%. 냄새와 연기 등이 전혀 없는 최첨단 화장로 14기가 갖춰진다.
정재락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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