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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현희의 일본 방문

Posted July. 22, 2010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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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방위원장 김정일은 2002년 9월 평양에서 당시 일본 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를 만나 북한 정권의 일본인 납치를 시인했다. 김정일은 유감스러운 일이 있었던 것에 사과하고 싶다.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이 국가에 의한 외국인 납치를 인정한 것은 북일() 수교를 앞당겨 일본의 경제지원을 받겠다는 속셈이었다. 일본은 북한이 인정한 13명의 일본인 납북자 가운데 5명과 그들의 가족을 돌려받았으나 수교 협상은 여론의 반발로 중단됐다.

일본의 정부, 정당, 언론, 시민단체는 납치 문제를 중시한다. 성향()과 이념의 차이를 불문하고 북한의 일본인 납치를 규탄하고 아직 살아있을 수 있는 납북자를 구하기 위해 애쓴다. 납북자 관련 정보나 가족들의 움직임은 사소한 것도 모두 보도된다. 납북자와 생존 국군포로가 약 1000명이나 되는 한국에서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미미한 것과 대조적이다.

김정일 집단이 1987년 11월 29일 인도양 상공에서 일으킨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 범인 김현희 씨가 일본 정부의 초청으로 20일부터 일본을 방문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헬기와 승용차를 동원해 김 씨의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하고 있다. 김 씨가 북한에서 공작원 교육을 받고 있을 때 만난 일본인 납북자 다구치 야에코와 요코다 메구미에 대한 정보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국민에게 전달해, 납치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서다.

승객과 승무원 115명이 사망한 대한항공 폭파사건은 올해 3월 46명의 희생자를 낸 천안함 폭침()사건과 범인 피해자 범행방식 증거방식 등 여러 면에서 닮았다. 북한의 도발로 다수의 우리 국민이 목숨을 잃었다. 진실이 밝혀졌지만 북한이 발뺌을 하면서 한국의 자작극으로 몰아붙인 것도 비슷하다. 다른 일에는 그리도 인권을 외치던 남한의 일부 종북()세력은 가해자를 규탄하기는커녕 북한 정권을 감싸려고 안간힘을 쏟았다. 일본의 과거를 생각하면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높은 관심이 씁쓸할 때도 있다. 하지만 국가와 사회 전체가 무고한 국민의 피해에 함께 분노를 느끼고 문제해결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는 상식은 본받을 만하다.

권 순 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