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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학원비 폭리와 시장원리

Posted July. 05, 2010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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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이 최근 서울 T학원이 서울 강서교육청을 상대로 낸 수강료 조정명령 취소 청구소송에서 폭리라고 단정할 수 없는 한 시장의 원리에 맡겨야 한다며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영어 수학을 가르치는 이 보습학원은 지난해 7월 수강료를 월 29만69만 원으로 결정해 교육청에 신고했으나 교육청이 사교육비 부담 완화를 이유로 수강료 인하 명령을 내리자 소송을 냈다. 2006년 이후 교육청을 상대로 한 다섯 건의 수강료 관련 소송에서 학원들이 모두 이겼다.

역대 정권마다 학원 수강료의 인상 억제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사교육비가 급등하면 민심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사교육과의 전쟁을 내세우면서 학원의 불법 운영 사례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학파라치 제도를 도입했다. 작년 7월 도입된 이후 올 1월까지 2만4000여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지급된 포상금은 17억 원에 이른다. 이전 정권보다 더 강하게 규제를 하는 편이다. 학부모 가운데도 학원 수강료 억제를 지지하는 의견이 높다. 그러나 정부의 지나친 규제가 시장 원리를 거스른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조치에 보조를 맞춰 서울시교육청은 2008년 12월 적정 수강료 산출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교육청이 서울대에 연구를 의뢰한 결과 대다수 학원들의 적정 수강료는 지금보다 더 높아져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기름값을 공개하면 기름값이 내려가듯이 학원들도 경쟁이 심해서 인근 학원들의 눈치를 보느라 턱없이 높은 수강료를 받기 어렵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교육청들은 강사의 분()당 수강료를 정한 뒤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학원비를 책정한다. 임대료 인건비 수강인원은 고려되지 않는다. 스타 강사라고 해서 돈을 더 받을 수도 없다. 너무 경직된 시스템이다. 이번 판결은 폭리를 취하지 않는 한 사교육에서도 시장 원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경쟁력을 갖춘 학원은 수강료를 다소 비싸게 받아도 학생들이 몰릴 테고, 수요가 없는 학원은 퇴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육청은 판결 취지에 맞게 새로운 수강료 정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