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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민간인 사찰

Posted July. 01, 2010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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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민주당의 신건, 이성남 의원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하는 동영상을 개인블로그에 올린 시민을 내사하고 사무실을 불법 압수 수색했다고 주장했다. 두 의원은 지원관실 소속 직원이 (블로그를 운영한) 김씨의 사무실에 들어가 회계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검찰에 넘겨줬다면서 지원관실이 한 국민, 한 개인의 사무실을 압수 수색할 권한이 있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은 민간인에 대해 조사한 것은 잘못이라고 답했다.

촛불 시위 직후인 2008년 7월 생긴 이 기구는 고위 공무원에 대한 감찰 기구로 관가의 암행어사에 해당된다. 기관장을 비롯한 고위 공무원들이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했는지 감시하고 조사하는 곳이다. 지난해 여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소유인 경남 김해시 정산컨트리클럽에서 모 기업체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은 경남지방경찰청장, 사단장, 국가정보원 경남지부장, 창원시장 등을 적발해 해당 기관에 중징계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을 대상으로 소환하거나 수사하는 것은 위법이다.

지원관실의 책임자가 청와대에 활동 내용을 보고해 왔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신건 의원은 책임자인 이인규 지원관(2급)이 청와대의 이영호 대통령 고용노사비서관에게 보고해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둘 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 출신이다. 정작 직속상관인 국무총리실 상급자들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는 말도 나온다. 그렇다면 이들은 공식적인 보고 라인보다 포항 커넥션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는 얘기가 된다.

국무총리실은 국회에서 사건이 불거진 3일 후인 24일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을 대기 발령했으나 그 뒤로는 아무런 해명도, 조치도 없다. 대기발령 당시 물의를 빚어 직위 해제한다고만 간단히 밝혔을 뿐이다. 공무원 비리를 조사하는 감찰기구가 왜 민간인에 대해 조사에 나섰는지 궁금증이 커지고 하다. 국무총리실이 사실을 은폐하려고 하면 의혹만 더 증폭될 뿐이다. 지금이라도 사건의 진상을 소상히 밝힌 뒤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징계할 것은 징계하는 것이 그마나 파문을 줄이는 최선의 길이다.

박 영 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