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로 공식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임상수 감독은 올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크게 주목받는 이슈메이커다. 그가 칸에 초청받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첫 인연은 2005년 그때 그 사람들로 감독주간과 맺었다. 당시 감독주간 총괄 디렉터로 임 감독을 칸에 소개한 올리비에 페레 스위스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임 감독이 17일 오후 팔레 드 페스티벌 부근의 마르티네즈 호텔 카페에서 만나 대담을 나눴다. 언젠가 칸에서 이렇게 더 나아진 모습으로 만나고 싶었다는 임 감독의 말에 페레 위원장은 커다란 영광이자 즐거움이라며 밝게 웃었다.
페레=2005년에도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감독이라는 평가가 대세였다. 나는 그에 앞서 파리에서 바람난 가족을 처음 보고 임 감독의 팬이 됐다. 1970년대 할리우드 클래식 영화를 연상시키는 미장센의 깊이에 탄복했다.
임=사실 그때 그 사람들은 독일 베를린 영화제에 먼저 보냈다가 거절당했다.
페레=누구나 실수를 한다. 덕분에 칸이 당신을 차지하게 된 것 아닌가.(웃음) 작품 선택은 심사위원의 주관에 좌우된다. 얼핏 불공평해 보이지만 그게 맞는 길이다. 그렇기에 영화제 심사위원들이 더 큰 책임감을 갖게 되는 거다.
임=하녀가 공식 경쟁 부문에 초대받으리라고 기대를 안 했다. 9월에 시나리오를 받고 두 달 동안 급하게 찍어 허겁지겁 편집한 영화다. 정말 크게 놀랐다.
페레=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한국영화의 세계적 위상을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올해 칸 영화제가 한국영화에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임 감독은 한국 돌풍의 중심에 서 있다. 나는 하녀를 2008년 칸 영화제에 소개됐던 김기영 감독의 엽기적인 원작과 달리 풍자를 적절히 섞은 세련된 영화로 본다.
임=나는 김기영 감독의 팬이 아니다. 그냥 전설적인 선배라는 것을 막연히 아는 정도다. 표현이나 내용이 원작과 다른 이유는 그 때문일 수 있겠다. 영화를 만들면서 얼마나 재미있는 분이었는지 조금 알게 됐다. 기회가 닿으면 그의 전기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
페레=하녀 전에 임 감독이 2년 정도 파리에 머물렀을 때 시나리오를 보여줬던 게 생각난다. 그 프로젝트는 어떻게 됐나? 재미있었는데. 실은 나는 하녀에서 그 때 당신이 그 시나리오에 내비친 고민의 흔적을 조금 읽었다. 빈부격차, 계층 간 갈등.
임=파리 프로젝트는 하녀보다 더 에로틱한 방식으로 인종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 것이었다. 좀 다르다. 아, 하녀가 칸에 초청받은 덕에 그 시나리오를 거절했던 프랑스 영화사에 소박한 복수를 한 것 같아 은근히 즐겁다.(웃음)
페레=하녀는 영화제용 영화와 달리 강한 대중성을 갖고 있다. 당신은 늘 다음 영화 찍을 대비를 하면서 영화를 만드는 것 같다.
임=어떤 사람이 나보고 영화제 경험이 사람을 다르게 만들지 않겠냐고 묻더라. 주변에서 나를 대하는 방식은 바뀌었다. 하지만 나는 전혀 변하지 않을 거다.
페레=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는 일은 한 감독으로서 커다란 사건이다. 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하니 다행이다. 영화를 만들기 쉬워지면 사람도 쉽게 변하더라.
임=황금종려상 받고 나서 수상작과 비슷한 영화만 계속 찍는 감독도 많이 봤다.
페레=역시 당신은 위험인물이다. 칸 한복판에서 그런 말을 하다니.(웃음) 나이가 들면서 신선함 영감을 잃어가는 감독을 보는 것은 슬픈 일이다. 당신의 고집이 당신의 영화세계를 오래 지켜주기 바란다.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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