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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창원 노동계의 탈민노총

Posted March. 09, 201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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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산업단지는 한국 기계공업의 요람이자 핵심 생산기지다. 제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기간인 1974년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에 따라 대규모 기계공업단지로 개발됐다. 1995년 창원산업단지로 이름이 바뀐 창원공단에는 발전설비 정밀기계 방위산업 자동차부품 등 기계공업 분야 230여 개 회사가 입주해 산업구조 고도화와 수출 한국에 기여했다.

창원은 좌파 노동운동의 입김이 강한 지역이기도 하다. 창원공단과 마산수출지역의 19개 업체 노조가 1987년 12월 만든 마산창원노동조합총연맹은 민주노총의 모태()였다. 민노총이 지원하는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전 대표는 17대와 18대 총선에서 잇따라 창원에서 당선됐다. 2008년 6월 창원시 도의원 재보선에서도 민노당 후보가 낙승했다. 광우병 정국()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도의원 선거 때 민노당과 진보신당 등 두 좌파정당의 합계 득표율은 74%를 넘었다.

민노총의 아성인 창원공단의 일부 노조가 잇따라 민노총을 탈퇴했다. 공작기계 생산업체 두산인프라코어와 건설기계 제작업체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이달 5일과 4일 각각 민노총 탈퇴를 결정했다. 지난달 26일에는 방산업체인 두산DST가 민노총과 결별했다. 이정훈 볼보건설기계 노조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회사와 무관한 정치투쟁에 나서는 상급단체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신이 컸고 외국인 주주들이 한국의 적대적 노사문화 때문에 투자를 꺼렸다면서 상생()의 노사관계를 다짐했다. 아직 바람이라고 하기에는 이르지만 창원의 3개 노조가 열흘도 안돼 탈() 민노총을 선언한 의미는 가볍지 않다.

42개 노조가 정치적 이념적 투쟁을 접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노동운동을 펴겠다며 이달 4일 결성한 새 희망 노동연대에 벌써 10개 노조가 추가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희망연대에 합류한 현대중공업 코오롱 현대미포조선 노조 등은 과거 민노총의 주력 노조였으나 시대착오적 좌편향 이념과 파업만능주의에 실망해 민노총을 떠났다. 민노총이 과격노선을 버리고 도덕성을 회복하지 못하면 민노총 탈출 러시를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운 한국의 전투적 노동운동도 이제 바뀔 때가 됐다.

권 순 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