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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외국자본에 넘어가나

Posted October. 12, 200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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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이 국내 대형 건설업체로는 처음으로 해외에 팔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우건설 매각 협상에서 우선협상 후보에 포함된 4곳 중 3곳이 외국자본이고 이들 외국자본의 인수희망가격이 국내 자본의 제시가격보다 높다. 채권단도 외국계가 밝힌 대우건설 발전전략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사상 초유의 대형 건설사 해외매각이 실현될 경우 업계 판도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계와 건설업계 일각에선 대우건설 매각이 불가피하지만 시공능력평가액 3위 건설사의 경영권을 검증되지 않은 외국자본에 너무 서둘러 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동계 자본, 유력 인수후보로 부상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5일 대우건설 매각을 위해 선정한 우선협상 후보군 명단(쇼트 리스트)에 중동계 자본 2곳, 미국계 자본 1곳, 국내자본과 연계한 전략적 투자자 1곳 등 모두 4곳이 포함됐다. 당초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은 후보군에 들지 않았다.

금호그룹은 국내 자본 1곳이 쇼트 리스트에 들어 있는 점을 근거로 국내외 투자자 4곳을 협상 후보로 선정했다고 밝혔지만 금융계는 자본의 성격과 장기 비전을 감안할 때 국내 자본이 최종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민유성 산업은행장도 (대우건설은) 외국사에 팔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외국계 중에선 중동 자본이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거론된다. 금융계 관계자는 중동 자본이 제시한 인수가격이 주당 2만 원대를 훌쩍 넘는 데다 자본의 성격도 장기 투자를 원칙으로 하는 국부펀드급으로 알려져 있어 대우건설 매각 이후 회사를 발전시키는 데도 소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호 유동성 위기는 넘기겠지만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지분 50%+1주를 주당 2만3000원에 팔면 매각대금으로 모두 3조7000억 원가량을 받을 수 있다. 금호가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 투자자와 체결한 풋백옵션(향후 주가가 일정 수준에 못 미칠 때 차액을 보전해주기로 한 약정)에 따라 투자자에게 내줘야 할 자금 4조 원의 대부분을 마련하는 셈이다.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금호로선 매각을 서둘러야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이미 한 차례 인수합병으로 타격을 입은 대우건설이 다시 외국자본에 넘어가면 회사 가치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특히 외국자본이 단기투자 목적으로 대우건설을 인수해 사람들을 잘라내고 자산을 팔아치운 뒤에 몇 년 후 다시 매물로 내놓는 구도가 이어진다면 경영 시스템이 흔들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외국자본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해외시장 진출이 활발해져 궁극적으로 국내 건설사의 사업영역이 넓어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석도 나온다.



홍수용 손효림 legman@donga.com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