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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친서민과 친기업

Posted September. 15, 2009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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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친()서민 행보를 계속하면서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신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간 가격) 담합 사례가 있으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같은 발언을 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도 노량진 수산시장, 복지시설 방문 등으로 빠듯한 일정을 보내면서도 전국경제인연합회의의 회동 제의에 대해선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 놓고 청와대와 당이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서민만 챙기기에 바빠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소홀히 한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 서민에 좋은 정책이 기업에 나쁠 리 없고, 기업에 좋은 정책이 서민에 해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도 작년 말 어려운 사람들이 빨리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진정한 복지라며 그러려면 일자리를 주는 게 중요한데 이는 기업이 잘 돼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대표적 친서민 정책이 희망근로사업일 것이다. 1조7000억원을 투입해 2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경제위기 속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긴 하나, 기업에서 그만한 일자리가 창출됐다면 국민이 낸 1조7000억원의 세금은 더 생산적인 곳에 쓰일 수 있었다. 일자리 많이 만들고 세금 잘 내는 기업을 우리 모두가 격려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친서민 정책만으로는 좋은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기 힘들다. 지난 1분기엔 작년보다 취업자가 20만 명이나 줄어들었지만 과학기술보건복지교육서비스업 상용근로자는 26만2000명이 늘었다. 서비스업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면 일자리가 생기고, 여기 취업한 서민들은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도 받을 수 있다. 규제개혁 같은 친기업 정책이야말로 친서민 정책이라는 점을 국민도 알아야 한다.

2008년 기업은 39조2000억원의 법인세를 냈다. 개인이 낸 36조4000억의 소득세보다 많다. 기업이 잘 돼야 법인세수가 늘고 이 돈으로 보육지원, 등록금 지원 등 친서민 정책도 가능해진다. 연 1646만원 이하를 버는 4인가구 근로자가 면세혜택을 받고 있어 세금을 내는 근로자는 전체의 49.6%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가 친서민 기조로 지지율을 올리는데 재미를 붙여 기업 활동을 북돋우는데 소홀히 한다면 결과적으로 민생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정부가 진정 서민을 생각한다면 근로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강경노조, 서민을 위해 봉사할 줄 모르는 공기업과 공공노조부터 제대로 다스려야 한다.

어제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서민행보는 좋지만 민원인에게 약속을 쉽게 안했으면 좋겠다. 대통령 만나는 게 로또라는 얘기가 있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나누어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고 서민의 건강한 근로정신을 자극하는 일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