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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즈워스 vs 힐 누가 북잘다룰까

Posted September. 15, 2009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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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북한과의 공식적인 양자대화를 준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2002년 제2차 북핵 위기 이후 북-미 대화 상황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있으나 오바마 행정부는 당시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의 협상 패턴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대북정책 사령탑을 맡고 있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추진하는 협상 방식은 포괄적 접근법으로 정의할 수 있다. 북한의 핵무기 폐기 일정까지 포함해 세밀한 로드맵(일정표)을 작성해 북한과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북한과 919공동성명에 합의한 뒤 이행 방안을 하나씩 협의했던 과거의 협상 패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다.

여기엔 힐 차관보의 접근법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깔려있다. 상관이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서 종종 그린 라이트(자유재량권)를 부여받은 힐 차관보는 북한과 막후 개별협상을 진행한 뒤 6자회담에서 다른 참가국들의 추인을 받는 방식을 택했다. 대화가 끊긴 상태에선 유용한 방식이긴 했지만 양자 간 이해관계가 틀어지면 합의 자체가 부인되곤 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힐 대사의 과거 협상 패턴과 그 결과에 대한 반성에 따라 보즈워스 대표는 조만간 북한과 접촉을 시작하더라도 북-미 양자 협상은 피한 채 북한을 6자회담에 끌어들여 참가국 전체가 협상을 진행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힐 대사는 2006년 10월 북한 핵실험 직후 가진 협상에서 핵무기 문제는 다루지도 못한 채 북한의 요청에 따라 대북 제재를 중단시켰다. 이후 919공동성명의 이행 방안인 213합의를 도출했지만 합의문에는 핵무기라는 단어조차 없었다. 하지만 보즈워스 대표는 북한의 실질적인 핵 폐기 조치 없이는 대북 제재를 지속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며 6자회담 참가국들과의 공조 아래 협상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김영식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