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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우리은 기관경고-일부 영업정지 검토

금감원, 우리은 기관경고-일부 영업정지 검토

Posted September. 05, 200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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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3일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에게 직무정지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내린 데 이어 4일에는 박해춘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이종휘 우리은행장, 정용근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 등 전현직 금융기관장에게도 경고조치를 내렸다. 금감원이 금융계 최고경영자(CEO)들을 무더기로 징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금감원은 3일 오후부터 4일 오전까지 이틀에 걸쳐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심의결과를 결정했다.

금융회사 CEO 이례적 무더기 징계

심의결과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을 지낸 황영기 회장은 직무정지, 박해춘 이사장(전 우리은행장)과 이종휘 현 우리은행장은 주의적 경고 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우리은행이 20052007년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파생금융상품에 15억8000만 달러를 투자하는 과정에서 은행법 등 관련 법규를 위반해 1조6200억 원의 손실을 낸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이 가운데 황 회장은 투자의사결정에 직접적 책임이 있다는 점 때문에 가장 무거운 징계를 받았고, 박 이사장과 이 행장은 투자자산 관리 책임으로 비교적 가벼운 징계를 받았다.

금감원은 파생상품 투자에서 큰 손실을 낸 우리은행에도 기관경고를 결정하고 파생상품 거래를 일정기간 할 수 없도록 일부 영업정지 조치 안건을 금융위원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정용근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에게는 재임 기간에 부적절한 파생상품 투자로 회사에 손실을 끼친 사실이 있다고 보고 문책 경고했다.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은 신한은행장 재임 당시 강원지역 지점에서 직원의 횡령사건이 발생하는 등 은행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 때문에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황 회장에 대한 중징계와 우리은행의 일부 영업정지 여부는 9일 열리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확정되며 나머지 징계는 금융감독원장 직권으로 확정된다.

황 회장 측 재심 청구할 것

이번에 황 회장이 중징계를 받은 것은 2005년 시작된 파생상품 투자 손실이 1조62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엄청날 뿐 아니라 고객 예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은행으로서는 손대기 힘든 장기 고위험 상품 투자를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결정했다는 점 때문이다. 우리은행이 투자한 모기지 관련 CDO 상품의 만기는 대체로 30년 이상짜리였다. 2008년 말 기준 일반은행의 투자자산 가운데 만기가 10년 이상인 자산의 비중이 1.3%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투자라는 게 금융계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황 회장은 2007년 3월 퇴임할 때까지도 CDS, CDO 등 개별 투자에 대해 일일이 보고받지 못했고 당시만 해도 안전한 상품이라는 인식이 많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리은행을 종합 검사한 내용을 보면 황 회장이 투자의사결정 과정에서 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분명히 드러난다며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황 회장 측은 중징계 조치에 크게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황 회장 측 관계자는 일단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의 심의가 남아있기 때문에 그때까지 지켜본 뒤 재심이나 행정청구 등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번 징계로 황 회장은 임기가 끝나는 2011년 9월까지는 현직을 유지할 수 있지만 연임이나 다른 금융회사의 임원으로 선임되지 못한다. 반면 경고 조치를 받은 다른 금융회사 전현직 CEO들은 임원 선임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정재윤 홍수용 jaeyuna@donga.com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