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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채기 한 방에 날아간 홍어-김치-흥타령 축제

재채기 한 방에 날아간 홍어-김치-흥타령 축제

Posted September. 04, 2009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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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많은 곳이 무서워요.

신종 인플루엔자A(H1N1) 감염자가 늘어나고 2일에는 네 번째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신종 플루 공포가 확산되면서 사회 전반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학교 운동회, 수학여행, 각종 지자체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고 동네 목욕탕, PC방 이용객이 감소하는 등 지역경제마저 흔들리고 있다.

신종 플루 강박증 확산, 음주 측정도 거부

3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D 찜질방 입구. 이곳에선 세정액으로 손을 씻고 체온을 확인한 손님만 안으로 들여보냈다. 찜질방 관계자는 신종 플루로 이용객이 크게 감소해 피해가 크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종 플루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면서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을 무조건 피하게 되는 강박증을 가진 시민들이 늘어났다. 광진구민 스포츠센터에 다니는 대학원생 김혜림 씨(25)는 신종 플루로 스포츠센터에서 운동하는 것도 위험할 거 같아 쉴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김태환 씨(35)는 지하철을 이용하다 신종 플루 감염 걱정으로 최근 자가용으로 출근을 시작했다. PC방을 찾는 손님들도 물수건으로 마우스나 키보드를 닦고 이용하고 있다.

사소한 증세에도 신종 플루 검사를 하는 일반인들이 늘면서 의료비용도 필요 이상으로 지출되고 있다. 종합병원에서 신종 플루 검사를 하면 20만 원 안팎의 비용이 들어간다. 10만 원대인 전자체온계는 초등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폭발적인 수요로 동이 나고 있다. 초등생 자녀 2명을 둔 김모 씨(37경기 과천시)는 아이들 등하교 때 체온을 재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이 들어 비싸지만 구입했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음주단속마저 거부하고 있다. 울산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신종 플루 때문에 음주 측정기에 입을 댈 수 없다며 측정을 거부하는 운전자들이 부쩍 늘어났다고 밝혔다.

지자체들 대규모 행사 잇따라 취소

행정안전부는 2일 전국 지자체에 1000명 이상이 참석하는 행사는 가급적 취소하고 불가피한 경우 행사를 연기, 축소할 것을 당부하는 긴급 공문을 보냈다.

이에 따라 광주시는 3일 범시민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올가을 열기로 했던 3대 축제 가운데 2009 광주세계광엑스포(10월 9일11월 5일 개최 예정)와 광주김치문화축제(10월 23일11월 1일)를 취소 또는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충북 충주시가 21개국 700여 명을 초청해 26일부터 열기로 한 제2회 세계택견대회를 최소하는 등 3일까지 수십 건의 지자체 행사가 취소, 연기됐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에서 열리고 있는 인천세계도시축전의 경우 신종 플루 공포로 인천지역 초중고교생 학부모들이 20여만 장의 예매관람권을 환불해 달라고 요구해 시 측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수학여행, 운동회, 봉사활동도 취소

학교들도 비상에 걸렸다. 광주 태봉초등학교는 25일 개최 예정인 가을운동회를, 서울 이화여고는 2학기 장애인 봉사활동을 취소했다. 대전 삼천초등학교는 6학년 경주수학여행을 취소한 후 학생들 졸업앨범에 넣을 사진은 10월 중 인근 공원에서 촬영하기로 했다. 충남 부여군 등 주요 수학여행지 숙박업소들은 숙박 취소 쇄도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부여 유스호스텔 측은 올가을은 개점휴업 상태라며 울상이다.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수련원도 예약 취소 사태로 애를 먹고 있다. 천안과 평창에 1개소씩 운영하고 있는 수련원의 수용인원은 각각 900명과 1000여 명으로 평균 주당 2, 3개 중고교에서 2박 3일로 수련을 왔다. 학교당 평균 350명이 왔기 때문에 시설의 70%가 항상 북적였는데 요즘은 이곳을 찾는 학생들이 거의 없다. 수련원 측은 9월 초와 중순까지 예약이 있었는데 학교장들이 갑자기 취소하고 있다며 9월 중순 이후 예약한 학교들도 신종 플루 경과를 보며 취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헌혈자 감소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적십자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서울 동부혈액원 관내에서는 5개 고등학교가 예정된 단체헌혈을 취소했다. 7, 8월의 헌혈자 수는 각각 22만712명과 20만883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만여 명씩 늘었지만 9월이 우려된다. 학교, 군부대, 회사 등이 헌혈 일정을 연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헌혈 인구의 40% 이상이 단체헌혈이다.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단체헌혈이 계속 취소되면 혈액이 부족할 수 있다며 미국 등은 신종 플루로 헌혈인구가 16% 정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김윤종 이미지 zozo@donga.com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