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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보이스피싱 수사

Posted September. 02, 2009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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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연금관리공단 국가정보원 우체국 경찰청 카드회사 신용정보회사 대학교 경품행사.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전화금융사기)이 사칭하는 기관이 셀 수 없이 많다. 국정원은 작년 초 전담팀을 구성해 중국 내 보이스피싱 거점에 대한 정보 수집에 주력했다. 국내로 무차별적으로 전화를 해대는 콜센터는 중국 동북3성에서 최근엔 감시가 느슨한 남부로 이동 중이다. 국정원은 광둥성의 한 콜센터에 중국 조선족 동포를 위장취업시켜 범죄 장비의 사진을 찍어 중국 공안당국에 넘겼다. 그동안 한중 합동 수사로 아파트에서 합숙하던 중국 동포 텔레마케터 등 13개 조직 129명을 체포하는 성과를 올렸다.

2006년 하반기 이후 국내에서 피해가 발생한 보이스피싱 사건은 약 2만 건, 피해액은 2000억 원에 이른다. 검거율은 64%로 90%에 육박하는 일반사건 평균 검거율에 못 미친다. 중국이나 대만에 있는 콜센터는 수사하지 못하는데다 국내의 통장모집팀과 현금인출팀 송금팀이 점조직으로 돼 있어 일망타진이 쉽지 않다.

일본에서는 2004년 이후 전화금융사기 사건이 빈발했다. 고령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식이나 손자인 듯이 오레오레(나야 나)라며 통장으로 급하게 돈을 보내라고 한 사건이 많아 오레오레 사기사건이라고도 불렸다. 일본은 피해자가 신고하면 금융기관이 범죄에 이용된 계좌를 동결하고 60일 이상 공고하는 등 절차를 거쳐 피해자에게 돈을 돌려주는 전화금융사기 구제법을 작년 6월부터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2007년 1월부터 사기자금 지급정지제도가 시행돼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송금한 돈은 동결할 수 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피해자는 돈을 거의 돌려받지 못한다. 제도 보완이 급하다.

보이스피싱 전화가 대부분 외국에서 걸려오므로 전화기에 국제전화 식별표시가 뜨면 받는 사람이 더 조심할 수 있다. 이동전화의 경우 SK텔레콤이 어제부터 이 서비스를 시작했고 LG텔레콤은 다음달부터, KT는 12월부터 시작한다. 유선전화는 이미 5월부터 하고 있다. 보이스피싱은 전화를 받는 사람이 주의를 기울이는 게 최선이지만 통신과 금융, 수사당국이 긴밀히 협력하면 사전대비와 사후수습을 지금보다는 더 잘 할 수 있다.

홍 권 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