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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잊혀진 7 월 27 일

Posted July. 27, 2009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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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국에서는 성조기()가 일제히 조기()로 게양된다. 625 정전협정 56주년을 맞아 참전 미군용사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반도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운 그들은 끝없는 존경과 감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며 조기 게양을 요청한데 따른 것이다. 그는 이어 한국과 미국의 강력한 파트너십은 현재도 주한미군 장병들에게 자부심을 주고 있다고 격려했다. 상하원도 만장일치로 별도의 조기게양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의 727 기념은 625가 잊혀진 전쟁이 돼버린 우리에게 부끄러움을 안겨준다. 625는 공식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끝나지 않았다.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휴전상태로 봐야 정확하다. 최근 북한의 1, 2차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 끊임없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입과 무력사용 위협은 625가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다. 1999년, 2002년 두 차례 연평해전은 국지전()이었지만 남북 쌍방에 수십명의 인명피해와 함정의 침몰, 파손을 가져온 엄연한 전쟁이었다.

정전협정의 정식 이름은 국제연합(유엔)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사령관 및 중공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다.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마크 W 클라크 유엔군사령관과 김일성 북한군 최고사령관, 펑더화이()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이 협정문서에 최종 서명했다. 이 협정은 1991년 한국군 장성이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로 임명된 뒤 북한과 중국이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철수하면서 유명무실해졌다.

7월 27일은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적화()위기에서 유엔군의 도움으로 대한민국을 지켜낸 소중한 날이다. 그런데도 국군 참전용사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는 행사도 없고 태극기마저 게양하지 않는다. 반면 북은 정전협정 20주년을 맞은 1973년부터 7월 27일을 조국해방전쟁 승리기념일로 지정했다. 43주년인 1996년부터는 10대 명절로 정해 아예 공휴일로 만들었다. 전승일()이라는 거짓 주장도 가증스럽지만 아무런 생각이 없는 우리에게도 문제가 있다.

육 정 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