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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센 국가기관일수록 보훈대상자 채용 외면

힘 센 국가기관일수록 보훈대상자 채용 외면

Posted June. 18, 200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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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등 본인과 그 유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취업지원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법의 취지를 반영해 솔선수범해야 할 국가기관 중 특히 입법부, 사법부 등 권력기관이 이를 외면하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것.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518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등 관련법들은 보훈대상자와 그 가족을 위해 국가기관에 기능직공무원군무원 채용 의무 부과 공기업사기업에 우선고용의무 부과 등을 규정하고 있다.

권력기관들은 고용의무 안 지켜도 된다?

17일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이 국가보훈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법에 규정한 기능직 공무원군무원에 대한 국가기관의 채용 의무를 이른바 힘 있는 권력기관들은 대부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취업지원 실시기관에 해당되고 기능직의 정원이 5명 이상인 국가기관은 기능직 공무원 가운데 보훈대상자나 가족을 10% 이상 뽑아야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5월 말 현재 85개 국가기관들은 법정 의무고용인원 1만2656명 중 절반인 6710명(53%)밖에 채용하지 않았다. 특히 지방법원은 의무고용인원의 11.7%밖에 뽑지 않았다. 서울시 17.0% 대법원 18.8% 국회사무처 19.4% 고등법원 20.0% 지식경제부 20.7% 등도 낮은 수준이었다. 기능직 공무원 2만1221명이 근무하는 지식경제부와 산하기관은 2115명을 고용해야 하지만 438명(20.7%)만 채용했다. 또 기능직 공무원 1만207명이 근무하는 서울시와 산하기관에서는 법정인원이 1011명이지만 172명만 채용하고 있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30.6% 국회도서관 33.3% 대통령실 36.4% 국세청 37.2% 경찰청 37.2% 헌법재판소 42.9% 대검찰청 44.6% 등으로 파워가 있는 국가기관들의 채용률은 평균채용률인 53%를 밑돌았다. 국가기관별로는 행정부 내 공립학교 89% 교육자치단체 77% 중앙행정기관 45.1% 지방자치단체 42.5% 기타국가기관(헌법재판소, 중앙선관위) 32.6% 입법부 21.4% 사법부 13.2% 등의 순이었다.

고용명령제 개선해야

200명 이상을 고용하는 기업에 대해 총원 38%의 보훈대상자를 우선고용하고 보훈대상자를 강제로 취업시키도록 한 고용명령제를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856개 공기업은 법정 의무고용인원 2만5137명 중 2만2577명(89.8%)을 채용해 고용 의무를 잘 지키는 편이다. 그러나 1만3885개 일반기업체는 11만9365명을 의무고용해야 하지만 현재 4만3169명(36.2%)만 고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고용명령제가 기업의 인사권을 침해하는 등 부담을 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의무고용 비율 수준이 기업이 지킬 수 없을 정도로 높다며 인력 채용은 기업의 고유한 경영권인 데다 기업이 필요한 인력과 취업지원 대상자 비율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 인사과 직원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보훈처 직원들을 접대하는 일이라며 과태료를 물게 될까봐 국가보훈처 관할청에 사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훈처 관계자는 고용명령을 지키지 않아 과태료를 물린 것은 4년간 22건밖에 되지 않는다며 보훈대상자 채용률이 낮은 것은 보훈대상자들이 중소기업이나 인기 없는 직종에 취업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장인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은 보훈대상자 고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국가기관에 대해 제재할 방안이 없는 등 현행 취업지원제도에 일부 문제가 있다며 현실에 맞게 관련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