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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 개성공단 논의하려면 억류자부터 석방하라

[사설] 북, 개성공단 논의하려면 억류자부터 석방하라

Posted June. 06, 2009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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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11일 개성공단 관련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당국자간 실무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4월 21일 1차 회담 이후 대화의 문을 닫은 지 50여일 만에 북이 먼저 제의해 이뤄지는 접촉이다. 그 사이 북의 핵실험과 군사적 도발 위협, 남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선언으로 남북 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을지 궁금하다.

북으로서는 개성공단이 포기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북측 근로자 4만 여명이 일자리를 제공받고 있으며, 연간 3000만 달러가 넘는 돈이 북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북이 외자 유치를 통해 피폐한 경제를 살리려면 개성공단을 성공시켜 그 가능성을 외부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도 북은 남북한 합의와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고 있다. 더구나 수시로 남측 인원의 출입을 차단하며 개성공단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했다.

개성공단이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개성공단에 체류하는 남측 인원에 대한 신변 보장이다. 그런데도 북은 이유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현대아산 직원 A 씨를 오늘로 69일째 억류한 채 생사조차 알려주지 않고 있다. 북은 남측 인원의 신체 주거 개인재산의 불가침권을 보장하고, 조사를 받는 동안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한다는 합의마저 지키지 않았다. 북이 개성공단을 폐쇄할 의도가 아니라면 다른 부차적인 것을 논의하기 전에 A 씨부터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북은 어제 A 씨보다 13일 앞서 체포한 미국 여기자 2명에 대한 재판을 참관인도 없이 진행하고 그 결과도 즉각 공개하지 않고 있다. 북은 미 여기자들에 대해선 그동안 세 차례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 관계자의 접견과 가족들과의 전화통화를 허용했다. 그런데 A 씨에 대해선 얼굴 한 번 보여주지도 않았다. 이것이 입만 열면 우리민족끼리를 외치는 북의 진면목이다.

북은 지난 1년 3개월간 이명박 정부를 상대하면서 꼼수나 떼쓰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았을 것이다. 북이 남북간 화해 협력의 물꼬를 트고, 국제적 고립으로부터 탈피하려면 A 씨 억류 문제에서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정부는 남북 관계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터무니없고 양측 합의를 헌신짝처럼 여기는 북의 횡포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