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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나라당 쇄신, 모양 갖추기만으론 성공 못 한다

[사설] 한나라당 쇄신, 모양 갖추기만으론 성공 못 한다

Posted May. 07, 200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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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재보선 참패 이후 한나라당에서는 쇄신이나 단합과 관련한 방안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친이(친 이명박), 친박(친 박근혜) 계의 화합을 위해 친박 계 좌장격인 4선의 김무성 의원을 원내대표로 발탁하자는 의견도 등장했다.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로 선출되는 정책위의장을 당 대표가 직접 임명토록 함으로써 대표의 권한을 강화하자는 논의도 있다. 당 쇄신과 함께 청와대와 정부도 리모델링해야 한다거나, 심지어 지도부 개편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 개최와 국정기조의 전환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어제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대표 간의 회동도 쇄신과 단합이 핵심 내용이었다. 이 대통령은 박 대표 중심으로 잘해가야 한다고 함으로써 박 대표에게 신임과 무게를 실어주었다. 쇄신과 단합을 위해 당을 어떤 식으로 재정비하든 현 지도부 체제가 흔들려선 안 된다고 주문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친이 친박 계로 갈린 한 지붕 두 가족 살림이다.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는 상징성이나 모양새에서는 그럴듯하지만 약점도 수두룩하다. 친박 계의 허태열 최고위원에 이어 김 의원이 원내대표까지 맡는다면 친이 계로서는 당권의 상당 부분을 친박 계에 양보한 것이다. 그러나 원내대표를 노리는 몇몇 의원의 양보와 친이 친박 계 다수 의원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오히려 당내 갈등만 부추길 수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신뢰 회복이다. 이 대통령이 어제 회동에서 이제 우리 당에서 계파 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가 되지 않았느냐면서 나도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은 그나마 고무적이다. 박 전 대표를 진정한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당내 인사뿐만 아니라 국정 운영 전반에서 계파를 초월한 탕평인사를 통해 그런 의지를 보여줘야 실질적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다.

한나라당의 쇄신이 성공하려면 지도부부터 모든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각오를 보여야 한다. 그러려면 앞으로 구성될 당 쇄신위원회에 제도 개선 문제를 비롯해 모든 것을 위임하는 것이 옳다. 쇄신위 위원장과 위원부터 중립적이고 폭넓은 공감을 얻는 인물들로 앉혀야 한다. 당 쇄신을 사심을 관철하려는 의도로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다 보면 모처럼의 기회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

한나라당의 쇄신은 결국 정권의 성공, 나아가 국정의 성공을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 대통령이 여당은 말할 것도 없고 야당까지도 국정의 파트너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감동의 정치로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쇄신이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