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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친목단체 수준의 여당, 재보선 참패 불렀다

[사설] 친목단체 수준의 여당, 재보선 참패 불렀다

Posted May. 02, 2009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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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6일 조찬회동을 갖고 429 재보선 이후 정국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 없이는 당()-청()간에 백날 만나봐야 헛바퀴 도는 소리만 나올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의 참모들은 429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0:5로 전패()한 데 대해 동네선거에 불과한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영호남과 수도권이 포함된 전국 5개 지역의 민심을 단순한 동네선거로 바라보는 안이한 인식이야말로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정치적 무기력증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이다.

한나라당의 재보선 전패는 우연이 아니다. 경주 재선거만 해도 박근혜 전 대표의 의중이 통하는 지역이고 지난해 49총선 때도 내세웠던 정종복 후보가 인기가 없는데도 무리한 공천을 밀어붙였다. 박심()을 업은 후보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논란까지 일으켜 박 전 대표가 우리 정치의 수치라고 말하는 순간 선거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 포항에 대해 반감이 깊은 경주의 소()지역정서를 무시한 채 이상득 의원과 가까운 후보에 집착한 것도 정치적 상상력의 빈곤을 드러냈다. 인천부평을()도 지역주민들의 자존심은 무시한 채 연고도 지역 활동 경력도 없는 인사를 뒤늦게 낙하산식으로 공천해 패배를 자초했다. 이번 재보선이야말로 집권핵심 세력의 무능 무전략 무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대통령이 국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자면 통합적 지도력을 발휘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대통령 측근들은 지난해 총선때부터 개인적 계파적 이익이나 챙기는 모습으로 친이-친박 갈등을 심화시켰다. 지난 재보선에서 보다 경쟁력 있는 인물을 내세우지 못한 점이나 재보선 전패뒤 당대표 교체조차 어려울 정도로 인물기근이 심각한 현상은 친목단체 수준에 불과한 한나라당의 현주소를 드러내고 있다.

그제 국회 본회의에서는 여당 소속 상임위원장이 통과시킨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같은 당 원내대표가 민주당 요구대로 수정해준 데 반발한 당내 반란표 때문에 원안()과 수정안이 모두 부결되는 자중지란까지 벌어졌다. 도대체 이 정권에 국정운용 전략이란 것이 있기나 한 것인지 모르겠다. 이 대통령도 여의도 정치를 비판하며 한나라당이 국정운영을 제대로 도와주지 못한다고 짜증만 낼 일이 아니다.

이 대통령 앞에서 박근혜 전 대표 얘기는 꺼내기조차 어려운 분위기라고 한다. 그같은 편협한 인식이 재보선 전패와 국정 주도력 상실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시흥시장 보궐선거까지 계산에 넣으면 0대 6으로 깨진 429 재보선에서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면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이번과 같은 참패를 면치 못할 것이다. 당 사무총장을 비롯해 몇몇 당직자의 사표를 받는 정도로는 쇄신책이라고 할 수도 없다. 청와대와 당은 당장 원점으로 돌아가 정권의 재구축 방안을 고민해야 할 긴박한 상황이다.